노래와 세상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떠들썩하게 등장과 퇴장을 한 가수는 누굴까? 많은 전문가는 주저 없이 김추자를 꼽는다. 그를 얘기할 때면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청자는 1969년 전매청(현 KT&G)이 출시한 한국 최초의 고급 담배였다. 출시 당시 가격은 100원, 다른 담배보다 40~50원 비쌌다. 청자에 비견된 김추자도 같은 해 데뷔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신중현이 만든 야심작이었던 김추자는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섹시한 춤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도발적인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 허스키한 음색으로 남성 팬들의 우상이 됐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이제서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데뷔 앨범 수록곡인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나뭇잎이 떨어져서’ 등 3곡이 동시에 히트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사건·사고도 잦았다. 1970년 MBC 10대 가수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그는 이듬해 부산의 한 극장 리사이틀에서 김세레나 대신 엔딩에 서겠다고 우겼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대로 잠적, 가수분과위원회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를 당했다. 그해 말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컴백 리사이틀 때는 ‘소주병 난자 사건’이 터졌다. 가수이자 그의 매니저였던 소모씨가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무대에 난입하여 소주병으로 김추자의 얼굴을 난자했다. 김추자는 100여 바늘을 꿰맸다. 1972년 말에도 리사이틀을 기획했지만, 공연장인 시민회관이 화재로 전소되어 또 무산됐다.

 

여하튼 김추자의 앨범은 모든 걸 접고 베트남으로 돈 벌러 가려던 신중현을 주저앉히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꿨다. 그러나 1975년 대마초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모든 가수 활동을 접고 무대를 떠나야 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오피니언 - 경향신문

김세희·박상영의 우리 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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