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막걸리 한 잔

비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가 제격이라지만 모내기철 새참에 빠지지 않는 게 막걸리였다. 막걸리 때문에 세상 살맛 나는 사람들이 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스타가 된 가수 영탁과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인 류선우, 원곡을 불렀던 강진 등이다.

“온 동네 소문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고사리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탁은 이 노래로 온 국민의 스타가 됐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는 40대 이상이 최고의 가요로 꼽았다. 영탁이 노래를 부를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이가 있었다. 바로 류선우였다.

그는 한때 앨범까지 낸 가수였으나 10년 전부터는 밤무대에서 일하면서 노래를 만들어왔다. ‘가락지’‘그물’ 등 크게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무명이었다. 그에게 ‘땡벌’의 가수 강진이 노래를 의뢰해 와서 만든 곡이 ‘막걸리 한 잔’이다. 그러나 강진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 섰을 때 감흥을 담은 ‘붓’을 만들었다.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 설움 어찌 다 말할까/ 이리 오게 고생 많았네/ 칠십년 세월/ 그까짓 게 무슨 대수요/ 함께 산 건 오천년인데/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백두산 천지를 먹물 삼아/ 한 줄 한 줄 적어나가세”

 

 

그러나 강진의 아내가 ‘막걸리 한 잔’을 적극 추천하여 앨범에 수록됐다. 류선우도 아버지의 속을 끓인 자전적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고, 영탁 역시 병석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결국, 노래의 힘은 진심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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