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화가 김환기는 이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에서 별로 상징되는 무수한 점들로 우주를 표현했다. 김환기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할 때 김광섭이 엽서에 써서 보낸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 부인 김향안(본명 변동림)이 시인 이상과 사별한 뒤 김환기와 재혼하여 평생을 바쳐 뒷바라지한 일화도 감동적이다.

이 시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형제 그룹 유심초가 노래로 만들면서부터였다. 1981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으면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밤하늘의 별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대상을 상업화하여 성공한 CM송도 있었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 오란C.”

 

 

아일랜드 출신 가수 대니얼 오도널이 부른 원곡에 윤형주가 가사를 붙여 완성한 CM송으로 한때 청량음료의 대명사였던 이 제품의 인기와 함께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이 광고는 1971년 첫선을 보였고, 지금은 중견 배우가 된 윤석화가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배우 윤여정이 이 제품의 첫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살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른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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