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4월과 5월

1960년대와 1970년대엔 에드포, 라나에로스포, 투에이스, 트윈폴리오, 어니언스 등 영어 그룹명을 선호했다. 서슬 퍼렇던 정권이 한글 사용을 종용하여 금과은, 양파들 등으로 바꿨지만 처음부터 한글 이름으로 데뷔한 듀오 그룹이 있었다. 4월과5월이 그들이다.

 

1971년 중앙대 작곡과에 다니던 백순진은 그룹사운드에서 활동하던 이수만의 형에게서 동생을 소개받았다. 음악다방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노래를 곧잘 했다. 첫 앨범을 녹음한 직후 이수만은 건강 문제로 빠지고 대신 김태풍이 합류했다. 이 때문에 재킷 사진에도 이수만은 없었다. 말하자면 SM의 수장 이수만은 목소리만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셈이다.

 

“너와 맹세한 반지 보며/ 반지같이 동그란 너의 얼굴 그리며/ 오늘도 젖은 짚단 태우듯 또 하루를 보냈다”

 

1972년 내놓은 데뷔앨범 타이틀곡 ‘화’는 백순진이 연인에게 바친 노래였다. 이수만 특유의 옐로보이스가 매력적이다. ‘화’ 외에도 ‘절망하지 마라’ ‘욕심 없는 마음’이 수록된 이 앨범은 얼마 가지 않아 금지 앨범이 됐다. 당국이 표절 딱지를 붙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부정적인 가사 내용 때문이었다. 1975년 멤버 김태풍이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고 김정호가 영입됐지만 이마저도 몇 달 가지 못했다. 대신 4월과5월 새로운 멤버였던 김영진과 이지민이 콤비를 이뤄 ‘장미’를 발표한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백순진이 직접 기획사를 차려 제작자로 나서고, 이정선이 작곡한 이 노래는 장미가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듣기만 해도 향기가 피어나는 싱그러운 노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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