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엘비스 프레슬리

 

각진 구레나룻, 꽉 달라붙은 가죽바지, 능숙한 골반 흔들기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영화로 부활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우리에게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처럼 친숙한 팝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195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로큰롤의 제왕이었다. 한때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춤’을 따라 했듯이 그의 ‘개다리춤’도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은 노장 대열에 선 가수 남진이 데뷔 무렵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하운드독’을 부르며 다리를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대여 변치 마오’를 부른 남진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오마주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나 ‘하운드독’ ‘러브 미 텐더’ 등으로 단숨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엘비스 프레슬리는 중장년들의 전유물이었던 팝 시장에 10대들을 끌어들인 최초의 엔터테이너였다. 또 음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인물이었다.

트럭 운전사 출신의 무명 가수였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재능을 간파하고 발탁했던 매니저 톰 파커 대령(톰 행크스)은 시대를 앞서간 ‘미다스의 손’이었다. 영화를 만든 바즈 루어만 감독이 말했듯이 엘비스 프레슬리와 톰 파커 콤비는 오늘날 K팝 시스템의 뿌리로 볼 수 있다. 루어만 감독은 아이돌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간섭,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K팝 시장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감독은 주크박스 영화를 만들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을 힙합으로 편곡하여 선보이면서 젊은 세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역의 오스틴 버틀러(30)는 1년여에 걸친 연습으로 그가 환생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굵고 짧게 살다간 엘비스 프레슬리가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그랬듯이 당대의 10대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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