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서머 타임

 

“여름날에는 사는 일이 평온하지/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잘 자랐다네/ 네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쉬잇, 아가야 울지마라…/ 언젠가는 네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거야/ 아침이 올 때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와 엄마가 지켜줄 테니까.”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곡으로 유명한 ‘서머 타임’은 이런 여름에 잘 어울린다.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로 시작하여 최고의 듀엣이 주고받는 화음은 푹푹 찌는 열대야를 잊게 만든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번스, 키스 재럿, 제니스 조플린 등 수많은 가수가 다시 불렀다.

원래 ‘서머 타임’은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1935년 작)에 나오는 노래다. 극 중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이다. 술과 마약, 도박, 살인이 일상인 빈민가에 살던 부부는 아기를 남겨놓고 먼저 세상을 떠난다.

헤이워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포기>를 조지 거슈윈의 형 아이라 거슈윈이 대본을 썼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조지 거슈윈은 미국 흑인들의 밑바닥 삶과 슬픈 사랑을 독특한 음악극으로 재탄생시켜 무대에 올렸다. 흑인 영가를 바탕으로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 조지 거슈윈은 <랩소디 인 블루> <파리의 미국인> <그대를 위해 노래 부르리> 등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포기와 베스>는 무대 위의 모든 배역을 흑인으로 캐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족들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무대 상연을 허가하기 때문이다. 장마와 태풍, 역병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들의 여름이 흘러간다.

사는 일이 평온하기를 바라지만 인간 사는 세상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듣기 딱 좋은 노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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