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조경아의 트렌디하게]SNS와 현실 속 나…언제쯤 하나가 될까

얼마 전, 샤넬이 국내 잡지에 더 이상 광고를 내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뉴미디어에 광고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효과가 측정되지 않는 오프라인 광고보다는 효율적인 뉴미디어 광고에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광고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 혁명이라 부르는 거대한 물결이 현실에서의 물성의 가치를 점점 흐릿하게 지우고 0과 1로 가득한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SNS로 인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사람 사이의 교류 양상이다. 누군가와 대면해 이야기할 물리적 여유, 음성 소통을 할 정서적 여유도 빠듯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좋아요’와 하트, 엄지 표시로 소통한다. 이모티콘이 기호를 넘어서 관계의 확산, 온기까지 느껴지는 감정의 교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NS는 막강한 힘과 지위를 얻고 있다. SNS를 하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SNS상에서 전달되는 정보는 사회적인 관계망에 포함된 사람들 간의 경험으로 설득력을 얻고, 이는 취향대로 선택 편집되어 다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와 기업의 입김은 당연한 듯 행사된다. 샤넬이 잡지 광고를 중단하고 SNS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지극히 현실감 있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채용 시 응시자의 SNS 계정을 살펴 사회적 관계의 건강성 등을 확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기 전, 고객의 SNS 계정을 살핀다고 한다. 대상자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지, 어떤 소비행태를 보이는지, 기호, 취향, 정치 성향, 성적 지향까지 그 사람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유추 확인할 수 있으니 면접관과 대출심사관에게 SNS는 더 없이 훌륭한 바로미터가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SNS에 ‘올라간’ 정보들이 사회 속에서 ‘나’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그 관계망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일상 사진을 게시해 공유하기도 싫고, 그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소통하길 원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현실의 나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그 사회에 어렵사리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숫자의 벽’이다. ‘좋아요’ ‘하트’ ‘엄지’는 둘째 치고 내가 따르고 나를 따르는 그 수의 격차에 먼저 무릎이 꺾인다. 아침 출근길을 보여줄 때도 수입자동차의 엠블럼이 포커스 아웃되더라도 명징하게 보이며, 아이가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거실을 보여줄 때도 저 멀리 에르메스의 버킨백의 자취는 영롱하게 앵글에 걸린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은 비즈니스 클래스의 샴페인 글라스로 대표되고 투철한 준법정신은 자발적으로 집행한 두툼한 면세신고서 사진으로 완성된다.

 

비참하고 남루한 일상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니 SNS 속 세계는 그들만의 천국 같은 세상이 이어진다. 그 세상의 나 역시 나의 그럴듯한 생활, 매끈하게 포장된 물건들만 전시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나와의 간극이 있을수록 어떻게 보이도록 기획된 ‘나’들의 향연은 아무리 그렇게 보이고 싶어도 원재료 자체가 부족한 ‘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안 봐도 되었을 몇 장의 사진 때문에 충분히 행복한 자신의 일상을 폄훼하고 비관한다.

 

뉴미디어의 발달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순기능이 분명히 있고, 산업 측면에서는 가시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만으로 집계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성정이고, ‘좋아요’가 몇 개인지로는 확언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관계다.

 

SNS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혼자다. 관계는 있지만 ‘함께’하지는 않는다. 안부는 따로 묻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레 계층과 서열이 나뉘고 스스로 접근의 수위를 정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과도기’라는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사람의 사회관계망에 관한 것이니 사람의 자정작용이 기능할 것이라 믿어볼 뿐. 진짜 ‘나’는 사진 한 장, 팔로어 수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금세 알게 되리라 믿고 싶다.

 

맨유의 퍼거슨 전 감독이 남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얘기가 언젠가는 뒤집어지길 바란다.

 

조경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