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청춘 군대

 

우리나라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 군에 가서는 군가를 부르지만 입영 전야에 부르는 노래의 계보는 따로 있다. 전쟁 세대가 만들고 부른 ‘전선야곡’이나 ‘비 내리는 고모령’ 속에서는 대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한 시절, 고된 훈련 뒤 조교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떼창하도록 시켰다.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훈련병들은 다 같이 대성통곡했다. 그 경험이 있는 남자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가 아닐 수 없다.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를 거쳐 1978년 최백호의 ‘입영 전야’로 넘어오면 우정이 소재가 된다.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 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 넘치는 술잔엔 너의 웃음이/ 정든 우리 헤어져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그러나 이 노래는 당시 심의에서 4차례나 반려됐다. 원래는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가 군대에 강제징집된 청년의 울분을 담은 노래였다. 결국 노래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 ‘흐뭇한 밤’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등으로 바꿔야 했다. 김광석은 군대에 갔다가 유명을 달리한 큰형을 생각하며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다. 형의 죽음 때문에 그는 6개월 보충역으로 이등병 생활을 했다.

1990년대 들어와서 입대는 곧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의미했다. 김민우의 ‘입영 열차 안에서’나 이장우의 ‘훈련소로 가는 길’이 그러했다.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다.

이제 더는 공식적인 입영 열차를 운행하지 않는다. 또 군 생활 기간도 채 2년이 안 된다. 휴대폰까지 쓰는 군 생활이다 보니 입영을 앞둔 심정을 담은 노래도 나오지 않는다. 하여, 군대 가서 축구시합을 한 이야기를 하면 ‘왕따’ 당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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