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DJ DOC 그리고 김대중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면서 심심치 않게 선거 로고송이 흘러나온다. 역대 대통령선거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로고송은 ‘DOC와 함께 춤을’이 아니었을까? 1997년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 진영이 DJ DOC의 히트곡을 패러디했다.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 경제 통일 책임질 수 있어요/ 준비되어 있는 대통령/ DJ로 만들어봐요.’

김대중 후보가 직접 관광버스 춤을 추며 등장한 TV 광고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그 이전 선거까지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식의 구호가 지배했다면, ‘DJ와 함께 춤을’은 단숨에 선거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DJ DOC의 4집에 수록된 이 노래를 만든 이하늘은 “세대 간에 편 가르지 말고,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취지로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발표하자마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노래로 떠올랐다. 당시 김대중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연락이 왔을 때 이하늘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허락했다. 평소 김대중 후보를 믿고 존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국민회의 캠프는 단돈 500만원(로고송 저작권료)으로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친근한 후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데뷔 당시엔 ‘디제이 디오시’ 대신 ‘디제이 덕’으로 불렸다. 세 멤버(이하늘, 김창열, 정재용)가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DJ로 활동한 이력을 반영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그룹명이 김대중 후보의 이니셜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때마침 이들의 노래가 선거에 앞서 히트한 것이다. DJ DOC는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다시 대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노래가 승리의 지렛대가 될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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