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대통령의 애창곡

 

내일모레면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 무게감 때문이겠지만 대통령은 사소한 일상조차 늘 화제다. 역대 대통령들의 애창곡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만 봐도 대략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애리수의 ‘황성옛터’를 즐겨 불렀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이 잠못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고려의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를 보고 만들었으며,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간접적으로 노래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가는 객이 누구냐”로 시작되는 ‘방랑시인 김삿갓’이 애창곡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멕시코 노래 ‘베사메무초’를 즐겨 불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목포가 낳은 인물답게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사진)을 좋아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노랫말처럼 김 대통령도 목포를 무대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상록수’를 좋아하고 자주 불렀다. 노 대통령은 “얼핏 씩씩한 행진곡 같지만 왠지 부르면 부를수록 슬퍼지는 곡”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꿈꾸는 백마강’을 좋아한다. 가수 이인권이 1940년 발표한 노래로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로 이어지는 노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혜은이의 ‘제3한강교’를 좋아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송창식의 ‘우리는’을 애창곡으로 꼽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청춘을 지나온 이들이 한 번쯤 좋아했을 노래다. 곧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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