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이런 봄날에 노란 교복을 입고 줄지어 가는 유치원생들과 마주치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마스크를 써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빛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배경음악처럼 흥얼거리게 되는 동요가 있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 병아리떼 뿅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봄’이라는 동요다. 오수경이 작사하고 박지훈이 작곡한 이 노래는 대략 해방 이후에 만들어졌다. 작곡가인 박지훈 목사는 한양대 음대 교수를 지냈으며, 목사 안수를 받고 캐나다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99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해방 직후 평안남도 강서군 문동국민학교 선생님이었던 박지훈은 일본 군가만 부르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50여 곡의 동요를 만들었다. ‘봄’ 외에도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다람쥐…’ ‘펄펄 눈이 옵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송이송이 눈꽃 송이…’ 등이 그가 만든 동요다. 당시 발간된 아동 잡지 ‘소년’과 ‘아이 생활’에 수록된 동시에 곡을 붙였다. 이후 남한으로 내려온 박지훈 교사는 그 노래들을 수록한 <일맥 동요집>(1947년)을 펴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으로 시작하는 ‘어머님 은혜’도 그의 곡이다.

윤석중 작사, 권태호 작곡의 노래 ‘봄나들이’도 빠질 수 없는 노래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가사처럼 따뜻한 봄날이 만져질 듯한 노래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작곡가 권태호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는 매년 봄마다 ‘봄나들이 동요제’가 열린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물러가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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