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벌써 30년, 서태지

 

30년 전 봄, ‘Yo, Taiji’라는 제목의 CD를 처음 봤을 때 그룹 엑스의 멤버 타이지를 떠올렸다. 그를 오마주한 록앨범인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군.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렇게 호기심과 논란 사이에서 탄생했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MBC <특종 TV연예>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로 무대를 펼쳤다. 작곡가 하광훈, 작사가 양인자, 연예기자 출신 MC 이상벽, 가수 전영록 등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이들의 무대를 평했다. 심사위원들은 10점 만점에 7.8점을 줬고, 모국어로 된 랩이 혼란스럽지만 강한 개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4년 뒤인 1996년 1월31일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출국한다.

그날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도 있다. 갑자기 현장에 투입된 사회부 기자가 가요담당 기자들에게 물었다. “서태지는 알겠는데 그 뒤에 말 한마디도 안하고 서 있던 두 사람은 누구죠?” 누군가가 “아이들”이라고 대답해줬다.


그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키운 건 파격과 팬덤이었다. 서태지는 대중음악의 문법을 뒤엎었다. 팬들은 조직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서태지를 이끌었다. 얼룩진 교실의 풍경을 비판한 ‘교실 이데아’(1994),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발해를 꿈꾸며’(1994), 청소년 문제를 지적한 ‘컴 백 홈’(1995)까지 서태지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팬덤이었다. 그런 서태지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그로 인해 서태지는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문화를 사랑하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던 김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30년, 서태지도 이제 사랑하는 아이를 둔 중년의 가장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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