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최저 가격의 존재 이유


언젠가 이 칼럼에서 달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완벽한 한 생명(우리는 이것을 완벽한 영양으로만 표현한다)의 값치고, 우리가 달걀을 너무 싸게 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달걀값은 한 판에 4000원대에도 거래됐다. 한 알에 130.40원짜리였다는 말이다. 지나치게 싼 것은 의심해보라는 건 진리다. 우리는 전자제품이나 다른 상품을 살 때 이런 원칙을 잘 적용한다. 반품이나 진열했던 것은 아닌지, 심지어 핵심기능을 빼고 출시한 저가제품은 아닌지도 꼼꼼히 따진다. 전자제품이나 기타 상품은 ‘먹을 수도 없는 것’인데 그토록 치밀한 분석을 한다. 영화 칼럼에도 심지어 ‘적정 관람료’라는 게 나온다. 영화가 돈값을 하는지 분석해주는 내용이다. 적정 달걀값은 우리에게 없었다. 더 싸게 무한정 공급되는 달걀의 속사정을 챙겨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 번의 폭탄을 맞았다. 이미 우리 기억에도 희미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으로 산란계가 대폭 줄면서 달걀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달걀값이 오르고 ‘더 이상 달걀은 싼값에 펑펑 쓸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때 우리는 이미 강력한 옐로카드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얼른 어린 산란계가 커서 달걀을 쑥쑥 낳아 가격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렸다. 환부가 곪고 있는데 수술은커녕 팔다리만 주무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가혹한 시련은 예비되어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직면한 식품의 위기다. 달걀의 위기는 어떤 경고의 상징이다. 달걀만의 사정이 절대 아니란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돈과 사람의 선순환을 믿고, 최저임금에 인간의 이름을 붙이고자 애썼다. 그리고 그것을 믿는 다수의 지지가 생겼다. 달걀값도 ‘최저 가격’이 있을 것이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런 환경은 보장해야 닭이 건강한 알을 낳는다”는 기준이다. 그 원칙을 준수하려 하는 곳이 바로 여러 생협이다. 불행하게도 어떤 생협이 미처 대비할 수 없었던 문제로 실수가 있었지만, 그것을 빌미로 생협의 노력을 절대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닭과 달걀의 건강에 대해, 동물복지에 대해 말하지 않을 때 거의 유일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온 집단이 바로 생협이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를 빌미로 달걀 시장을 노려온 대기업들에 기회를 주고 있건 아닌지 우려된다. 좋은 달걀을 위해 애써온 그들의 노력을 일거에 폄하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의 먹거리 문제를 진실로 접근해온 집단이 여러 생협 말고 어디 있었는가 다시 상기할 시점이다. 생협에 대해서는 각자 한발 더 가까이 가서 공부해야 할 것이겠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생협이란 생활협동조합의 준말이고,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그 조합원이 주인인 조직을 말한다. 달걀 파동의 참담한 현실에서 다시 생협을 생각한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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