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용재의 건축과 음식 사이

팔자 기구한 피자를 위한 자구책-집에서 피자 만들어 먹기




앞의 글에서 아주 높은 열의 오븐으로 피자를 굽는 법에 대해 언급했다. 

가정용 오븐에서 이런 정도의 온도를 얻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단 한 가지 비책이 있기는 하다. 오븐의 청소 모드에서는 온도가 섭씨 480도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단, 이 경우 안전을 위한 오븐의 온도 센서를 망가뜨려야 한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런 방법으로 피자를 위해 가정용 오븐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사실 제프 바라사노 혼자만의 비책은 아니다. 내가 번역한,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의 저자인<보그>지의 음식 평론가 제프리 스타인가튼 역시, 그 나름대로 집에서 최고의 피자를 구울 수 있는 비법을 찾기 위해 벽돌 화덕을 적외선 온도계로 찍으며 고심하다가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 내게 된다.



진정 궁극의 피자를 원한다면 이 정도의 위험 부담은 해야만 하겠지만, 그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기는 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가정용 오븐에도 청소 모드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가정용 붙박이, 또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오븐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온도는 섭씨 260도이다. 이 정도 온도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피자는 구울 수 있다. 단, 오븐이 가지고 있는 열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므로, 적어도 30분은 예열을 시켜줘야 한다. 이 정도 온도와 시간으로만 예열을 시키더라도 가까이 가기 두려울 정도로 오븐이 뜨거워진다.



또한 어디에 피자를 올려 굽는가도 굉장히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보통 오븐에 넣을 수 있는 돌판인 ‘pizza stone'을 사서 쓰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큼 대중화되어있지도 않다.

이런 경우를 위해 싸고 구하기 쉬운 대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약을 바르지 않은 화분 받침이다. 치수를 고려해서 화분 받침을 사서 오븐 바닥에 깔아 놓는 것이다. 오븐이 예열된 다음 넣으면 깨질 수 있으므로, 화분 받침을 넣고 예열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언제나 넣어두는데, 빵도 그 위에 올려 굽는다. 없다면 베이킹용 팬 위에 올려 구워도 되지만, 비교해본 결과 그 맛의 차이는 은근히 크다.



피자 반죽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논란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바로 밀가루의 종류와, 그와 배합되는 물의 비율이다. 얼마만큼의 글루텐의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써야 하는가, 그리고 반죽이 어느 만큼 질어질 때까지 물을 넣느냐에 따라 피자 도우의 탄성, 또는 식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또한 파고 들어가면 끝도 없겠지만. 집에서라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제빵용 밀가루, 즉 강력분만으로 도우를 만들 수 있다. 제프 바라사노의 치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영어에 내성이 강한 사람이라면 전편의 글에 링크된 그의 홈페이지 참조) 대부분의 피자 도우 레시피는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간단한 레시피를 곁들여 본다.


재료(중간 크기 피자 3개분)

미지근한 물(섭씨 43도) 1/2컵

상온의 물 2 1/4컵

효모 2 1/4 작은술

올리브 기름 2큰술

강력분 620그램

소금 1 1/2 작은술


만드는 법 

1.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를 뿌려 5분 정도 둔다. 나머지의 물과 기름을 섞는다.

2.밀가루와 소금을 믹서나 푸드프로세서에 섞고, 1의 물을 천천히 흘려준다. 약간 끈적거리지면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탄성이 생길 때까지 반죽한다. 마무리는 손으로 하는 게 좋다. 

3. 아래에 소개하는 방법을 참고해 발효시킨다. 1차 발효는 두 배 정도 부피가 커져야 한다. 

4. 굽기 전, 오븐을 최대 온도까지 올려 30분이상 예열하고 원하는 토핑을 올려 피자를 10분 안팎으로 굽는다. 5분 정도 두었다가 잘라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발효 방법이다. 빵 반죽의 발효는 상온에서도 가능하지만, 온도에 따라 그 시간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걸리므로 조리시간에 맞춰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 내기가 힘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이 저온 발효이다.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최단 24시간에서 6일까지, 일정한 저온에서 발효시킨 뒤 조리시간에 맞춰 상온에 꺼내 2차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다.




여기까지 준비 되었다면 사실 시간이나 온도 등등에 까다로운 과정은 모두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이 사실은 도우를 위한 것이니 그만큼 피자에서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셈이다.

마지막 차례는 토핑이다. ‘피자 비앙카(Pizza Bianca)’나 알프레도 소스를 이용한 피자를 뺀 대부분의 피자 토핑에서 붙박이 재료는 토마토소스와 치즈이다.
토마토소스는 단맛과 신맛으로 느끼함을 덜어주고 또한 촉촉함으로 식감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하루 종일 끓여 만드는 토마토소스 레시피가 있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사실 토마토소스는 오래 끓여봐야 토마토의 신선한 맛이 사라질 뿐이다. 게다가 높은 온도의 오븐에서 또 한 번 조리되므로 오랫동안 끓인 소스를 쓸 필요가 더더욱 없다.



마지막으로는 치즈. 흔히 피자치즈라면 모차렐라를 떠올리는데, 사실 모차렐라는 기본적인 식감을 제공할 뿐, 맛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물기를 뺀 건조 모차렐라 치즈는 그나마 생 모차렐라 치즈가 가지고 있는 신선함마저 빼앗겨 피자 맛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쓰기 편하도록 미리 채 썰어서 나온 피자 치즈의 경우, 습기로 달라붙지 않도록 셀룰로오스 제재 같은 것으로 코팅을 해 놓기도 한다. 거기에 식용유로 만든 가짜 치즈의 괴담까지 곁들이면 피자에서 치즈가 주는 매력이 악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모차렐라 치즈로 멍석을 깔아준다면, 그 위로는 특유의 향이나 짭짤함이 두드러지는 치즈로 악센트를 주는 것이 좋다. 그러한 용도로 파르메산 치즈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어느 피자집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란 통에 든 가루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