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플랫]고기를 먹지 않는 나의 행동이 날씨를 바꾼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버거. 이미지컷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봄이 되었고 나는 모르는 얼굴들이 앉아 있는 교실로 들어간다. 글쓰기 수업 개강일이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본다. 누군가는 그들을 기후 세대라고 부른다. 다가올 기후 재난에 본격적인 피해를 입을 세대라고 예측해서다. 그것은 물론 내 인생과도 너무나 유관한 문제다. 처음 보는 10대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중요한 이야기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나는 비밀 병기를 장전해주는 심정으로 미래 세대와의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다. 10대들은 투명 칸막이 패널 사이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과제를 들여다보니 그들 중 한 명은 비건 지향 생활을 한다. 이 학교에서는 점심 시간에 채식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 열 명 중 한 명꼴로 비건(완전 채식) 식사를 하거나 페스코(생선, 알, 유제품 등은 먹는 채식) 식사를 한다. 그렇게 먹는 학생은 여전히 소수다. 비건 학생의 글을 읽은 또 다른 학생이 묻는다.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좀 부자연스럽지 않아요?” 어떤 악의도 없는 질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다’는 단어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앞으로 끊임없이 재정의될 표현이다. 미래에는 전혀 다른 자연이 주어질 테니 말이다. 나는 칠판에 공장식 축산의 역사를 간단히 적는다.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고기를 먹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1960년대에 발명되었다. 비슷한 시기의 발명품으로는 비디오 게임 콘솔이 있다. 고작 60년 정도다. 고기를 이렇게까지 많이 먹어온 역사는. 그 발명 이후 인간은 육식 위주 생활로 전례없이 빠르게 지구 황폐화의 역사를 썼다. 현재 전 세계 메탄 배출의 37%, 이산화질소 배출의 65%가 축산업 탓이다. 아마존 벌목의 91%도 축산업 탓이다. 축산업을 빼고는 기후변화를 논할 수 없다.

지난 60년간 공장식 축산은 어마어마한 양의 땅과 물과 동물 신체를 훼손해왔다.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의 근원지가 되기도 했다.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다가올 기후 재난을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지만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이 문제들은 절대로 개선되지 않는다. 고기와 유제품 섭취가 이대로 계속될 경우 전 세계 평균 기온은 2도 이상 오를 예정이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믿는 자아도취다

 

나는 새로운 발명을 기다리고 있다. 비건이 뭔지 배울 기회가 없었거나 가난하거나 바쁘거나 게으른 사람들도 쉽게 육식을 줄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한다. 대부분의 식당에 채식 옵션이 추가되고, 탄소세와 육류세가 도입되고, 제품마다 환경 영향 라벨이 부착되고, 제로웨이스트가 기본이 되는 미래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는 ‘수퍼빈’이나 버섯 균사체로 대체육을 개발하는 ‘마이셀프로젝트’ 같은 기업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쉽고 간단하고 맛있는 채식 재료들을 쇼핑하기 좋은 ‘채식한끼몰’의 성장도 반갑다.

기후위기를 코앞에 닥친 문제로 여기는 유능한 기업인과 과학자와 정치인들이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작은 지면에서 나는 나와 같은 개인들에게 말을 건넨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개인들의 총합이다. 개인들이 습관을 바꾸면 국민 정서가 형성된다. 그리고 국민 정서는 전에 없던 과학기술과 정치의 지형을 만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새로운 지형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저 오늘 먹을 메뉴를 이전과 다르게 선택하자는 제안이다.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말했다.

“우리는 혼자 먹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을 선택하는 행위는 사회적인 전염성이 있어서 항상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슈퍼마켓들은 어떤 품목이 팔리는지 기록하고, 식당들은 메뉴를 조정하고, 급식은 버려지는 음식이 무엇인지 주시한다. 우리는 ‘저 사람이 먹고 있는 것’을 주문한다.”

오늘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 행동이 기업과 과학과 정치를 움직인다.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건 개인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몹시 효과적인 행동이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믿는 자아도취다.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굉장한 개인인지를 가르친다. 동물을 얼마만큼 먹느냐에 따라 직접적으로 기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습관이 미래의 날씨를 바꾼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말대로 ‘우리가 날씨다’. 전 지구인의 총동원이 필요한 이 시대에 당신은 어떤 습관을 바꾸며 자신을 동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에게 없는 지혜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동지로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이슬아

 

[플랫]최신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