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7) 정신과 의사 서천석

ㆍ치유는 사실상 불가능, 상처의 흔적일 뿐인 흉터에 집착 말아야



 사진 _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출처: 경향DB)




▲ 여성도 아이들도 우울증은 흔한 병…

“위로는 상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른 마음까지 보듬다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을 만났을 때, 그가 내게 처음 던진 질문은 “아니, 왜 저를 인터뷰하시려고요? 제가 유명인도 아니고!”였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너의 그림자를 읽다>란 책을 읽고 있었다. 동생의 자살로 괴로워하던 한 여자가 ‘왜?’라는 의문을 품고 동생의 삶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심리부검’이란 말을 만났다. 책의 부제가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이었기 때문에 ‘자살생존자’란 말도 처음 보았다. ‘처음’이란 말에 이토록 세게 부딪치기도 처음이라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었다. 친구가 우울증에 걸려 죽음을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힐링이란 말이 백화점 전단지처럼 넘쳐나는 이 시대에 나는 정작 위로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서천석의 글을 보았다.


“위로는 상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충분히 옆에 머물면서, 당신이 내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 위로입니다. 어떤 보상이 없더라도, 당장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해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시간을 기꺼이 쓰겠다는 마음이 상대를 위로해줍니다.”


어떤 글은 ‘읽었다’가 아니라 ‘다가왔다’라는 동사를 써야 마땅하다. 그것은 서천석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글이었다. 귀로 들어야 할 말이 내겐 글이 되어 다가온 것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은 백 몇 십 개의 글을 한자리에 앉아 꼼짝없이 읽었다.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다면 상대편이 나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를 욕하며 깨끗이 잊게 해주는 편이 더 속 깊은 행위라는 글이 눈에 보였다. 좋은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나쁜 역할을 받아들이는 게 사랑 이전에, 한 사람의 어른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그저 정신 승리가 아닙니다. 가능성도 없는 일을 나 혼자만이 ‘잘 될 거야’ 하며 버티는 마음도 아닙니다. 지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하려는 태도입니다.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래야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존엄성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라는 글을 읽다가 그것을 타이핑했다. 친구에게 주고 싶었다.


막 사랑에 빠지면 스쳐지나가던 유행가 가사들이 달콤한 운명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똑같은 가사는 가시처럼 박힌다. 어떤 말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안착할 때, 삶은 ‘나’와 ‘너’를 넘어 ‘우리’로 묶인다. 당장 그를 만나고 싶어 메일을 썼다. 이 남자가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같은 책을 쓴 ‘소아’ 정신과 전문의란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맙소사! 나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애완동물조차 키워본 적 없는데! 어떤 질문을 해야 한단 말인가.


■ 우울증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이중성


“우울증은 여성의 경우 14~16퍼센트에 달해요. 흔한 병이죠. 유교사회에선 고통을 드러내는 게 덜 된 인간의 모습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정신이 아프면 그걸 의지부족이라고 봅니다. 그런 문화에서 어릴 때 제일 먼저 읽는 책이 ‘명심보감’이에요. 명심보감이란 게 마음을 살피고 마음을 수련해서 밝히자는 책입니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문화에 살고 있어요. 우울 성향이 있는 어느 판사분이 ‘인간은 왜 사는가, 죽는가’ 같은 존재론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서 불교 경전, 명리학 등을 공부하다가 마지막으로 정신과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고민 끝에 약을 먹기로 했죠. 훗날 그분이 제게 이러시더군요. 이런 방법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공부했는지 모르겠다구요. 하하. 제 처방은 ‘항우울증제’였습니다.”


그는 우울증은 치료만 받으면 경과가 좋고 잘 낫는 병이라고 말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약 먹는 것에 거부감이 많은 것 같단 얘길 꺼냈다.


“우리 문화에선 약을 먹으면 단번에 효과를 봐야 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어요. 한약도 길게 먹어야 두 세 첩이고, 침 문화가 있어서 주사 맞는 것도 좋아하구요. 전 세계적으로도 링거 맞는 문화는 별로 없습니다. 서양에선 갑상선약이나 고혈압약처럼 약을 ‘조절’ 기능에 초점을 맞추죠. 고혈압약을 오래 먹는다고 몸을 해치지 않아요. 우린 항생제나 진통제처럼 부작용이 강한 단기간 형태의 약이 서양식 약의 표본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양약은 오래 먹으면 안 좋다는 인식이 생긴 거죠. 하지만 우울증약인 프로작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이에요. 약을 먹으면 졸리다거나, 멍하다거나 하는 건 아무래도 어떤 안 좋은 느낌이 들면 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사람 심리 때문이구요. 자신은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요.”


자분자분 얘기하는 그의 얘길 듣다가, 만약 정신과 의사에게 환자를 상대할 때 내야 하는 목소리 라이선스 같은 게 있다면, 이 남자의 목소리가 정답이 아닐까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별밤> <두시의 데이트>의 전성기 시절, 더블 데크로 음악을 녹음하며 라디오 디제이의 꿈을 꿨던 소년은 MBC <여성시대>의 상담코너에 참여하며 양육문제와 가족문제 등을 상담했다. 그러다가 ‘정신’의 문제를 세심히 다뤄줘야 한다는 어느 피디의 제안으로 <마음연구소>를 진행하게 되었다. 방송사 장기 파업으로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의 마음에도 갈등의 골이 깊이 파인 때였다. <마음연구소>는 몸의 건강을 다루던 <라디오 동의보감>과 <라디오 닥터스> 같은 프로그램의 후속 방송이었다.


■ 흉터에 집착하면 인생이 상처에 얽매인다


“지금 달려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데 나는 누군가, 행복이 뭔가 하는 게 사치스러운 고민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처음 <무한도전>을 보니까 30대쯤 된 사람들이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는 도전을 한 다음에 누가 이겼냐 졌냐를 따지며 기뻐하더군요. 상당히 인기를 끌겠구나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것이 우리 시대의 모습이니까요. 목적도 의미도 없이 사는 게 괴로운데 다행히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도 저렇게 살고 있으니 그게 위로고 재미인 거죠. ‘1박2일’의 야외 취침이나 까나리액젓 먹는 복불복 게임도 같은 것이라고 봤어요. 이런 프로그램의 웃음은 씁쓸함을 동반해요. 씁쓸하기 때문에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거죠. 또 허무하니까 월요일에는 ‘힐링캠프’를 보고.”


텔레비전에서 ‘대신’ 놀아주고, 힐링도 텔레비전이 ‘대신’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티비와 나의 일대일 대화죠. 스마트폰과 나. 정보와 나. 지금 개별화, 고립화 현상이 심각해요. 고립되어 있지 않고 일상에서 내 느낌이 공동체에서 통하고 이 공동체가 큰 공동체로 이어진다는 느낌이 있으면 티비나 SNS에도 매달리지 않겠죠. 지금은 개인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소통도 개인적 차원에서 카카오톡, 트위터로 하는 겁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공동체 지수(공동체 생활로 위안을 얻고 정체성에 도움을 받는 지수)가 33위예요. 그런데 문화적으로는 아직 개인화가 안 되어 있어요. 남이 자기를 타당하다고 인정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인 겁니다. 무엇보다 힘든 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금의 40대가 20대의 삶을 이해 못한다거나, 60대가 40대의 삶을 전혀 이해 못한다는 거예요. 심지어 자기도 자기세대를 이해 못해서 어떻게 따라잡아야 할지 모를 상황에 처해 있어요.”


의학이며 과학기술이 이런 속도로 발전하면 인간 수명이 120살까지 대폭 늘어날 거란 기사를 보다가, 미래의 가장 큰 트렌드가 자살이 될지도 모른다는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상처 받는 게 기정화된 사실이라면 우리는 상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굳이 상처를 주고 그것을 위로하려는 게 문제예요. 원인과 결과가 뒤집어진 거죠. 힐링은 무척 어려운 개념이에요. 정신과에서는 치유란 말도 잘 안 써요. 치유가 된다기보다는 어떤 것은 묻고, 어떤 건 가진 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정신과 의사의 일입니다. 상처가 나으면 흉터가 되죠. 사실 흉터는 상처가 아니라 상처의 흔적일 뿐이에요. 흉터까지 없애야 그것이 치유일 텐데,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흉터에 집착하면 인생이 상처에 얽매이게 됩니다. 어제 저녁 못 먹었다고 지금 그것까지 채워서 오늘 다 먹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내게 ‘시간이 약이다’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시간 앞에 묻히고, 시간과 함께 묻는다는 뜻이다. ‘묻는다’란 말을 나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는 모든 상처가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 역시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 방에 훅 간다’란 말이 떠오른 건 그때였다. 이 말이 우리 사회의 선동적인 표어처럼 느껴지는 건 언젠가부터 이 사회의 사다리가 사라지면서부터인 것 같았다. 올라갈 수 없다는 열패감에 빠진 사람이 이미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리며 상승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 ‘상승하는 쾌감’은 누군가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면서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유명한 희생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이 사회에 누적된 분노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몇 년 동안 한 개인을 최대한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됐어요. 최근 유행어 중에 ‘캐릭터’라는 말이 있어요. 요즘 ‘허당’ ‘초딩’ ‘돌직구’처럼 단순한 캐릭터가 인기 있는 건, 그래야만 게임 캐릭터처럼 소비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의미 있는 복잡한 존재가 되면 소비가 어려워지니까요. 연예인 역시 각자의 삶이 있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그것에 충실하길 바라는 거예요. 하지만 역시 소비재이기 때문에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거죠. 요즘 같은 세상에선 유명해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 정말 심각한 건 소외지역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


문득 겸손이 인격이 아니라 이 시대의 스타일일지 모른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내면의 성숙함이 전제되지 않은 채 스타일로 겸손을 채택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립되고 매장되지 않기 위해 어느덧 겸손을 무기처럼 장착해야 하는 사회가 된 건 아닐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한국 사회가 ‘다르다’를 ‘틀리다’로 바꿔 말하는 어법을 가지게 된 게 무엇 때문인지 안타까웠다.


“1번을 찍든 2번을 찍든 선택하지 않은 걸 못 받아들인다는 점에선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독립된 다른 존재인데 때려서라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어른들도 많아요. 애들이 잘못하면 체벌을 통해서라도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70~80퍼센트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제가 ‘체벌을 반대한다’라고 말하는 건 개인의 민주주의 의식이나 아동 인권 차원의 말이 아니에요. 이건 철저히 아동발달에 대한 연구 결과이고, 학자적인 관점에서 얘기하는 겁니다. 아이 키우는 문제에선 체벌이 아니라 아이를 존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같은 데에도 매일 나오는 얘기예요. 문제는 사람들이 그걸 진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결국 우리가 어릴 때 어떻게 키워졌는지에 영향 받아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영향 받는 가치관으로 미래가 형성될 겁니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얘기죠.” 


얼마 전,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기사를 본 터라 요즘 아이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물었다.


“소아의 우울증은 어른처럼 잠을 못자거나 밥을 못 먹는 형태가 아니에요. 짜증과 신경질이 늘고, 특히 남을 괴롭히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한 해 두 해 눈에 띄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치료가 우선이었어요. 근데 요즘엔 학원을 갔다 온 다음에 치료 스케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에요. 부모 스스로가 아이는 안정되게 살게 하고 싶은 욕구가 크고, 당장 아는 방법이 공부를 시키는 것뿐이니까 그냥 공부를 시키는 겁니다.


그는 사교육 과잉 때문에 생기는 아이들의 학습 스트레스와 정신과 문제는 결국 강남, 서초, 목동 지역 아이들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했다. 전체로 치면 15퍼센트 정도라는 것이다.


“아동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는 지역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정말 심각한 건 소외지역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일례로 안산은 인구가 100만이나 되지만 소아정신과가 없어요. 다문화, 조선족가족, 한부모 가정 등의 아이들이 3분의 1인 이 지역은 아이들이 한 대만 맞아도 난리가 나는 강남과 비교해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들에 노출되어 있어요.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아동 학대 사례도 훨씬 더 많이 보고되고요. 복지부에서 ‘리스타트’라고 저소득층 지역의 정신건강 문제를 도와주는 서비스 등을 하고 있긴 해요. 하지만 더 활성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켜본 흥미로운 점은 화분에 물을 안 주다가 물을 한 번만 줘도 잎이 확 살아나듯이 오히려 이런 지역 아이들이 조금만 도와줘도 치료가 훨씬 더 잘 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주요 이슈가 더 아래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출처 :경향DB)



■ “ 커서 어떻게 살고 싶니” 물을 수 있는 여유가 그립다


서천석이 심리상담을 통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도와준 건 이런 신념에 의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보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내겐 그저 ‘아이’가 아니라 내 안에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어린아이까지를 포함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 친구가 푸념처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월급의 반은 맛있는 걸 사먹느라 쓰고, 나머지 반은 다이어트를 위해 몽땅 써버리는 것 같다고 말이다.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런 우화들은 차고 넘친다. 돈을 벌기 위해 그토록 많은 상처를 받는 어른들은 돈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다시 지불하니까. 이 남자를 만나기 전, 행복하기 위해 꼭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하다보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는 이 시대 멘토들의 말이 꼭 진실인지를 되묻는 글을 보았다. 정말 절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정말 절실한 전사가 왕이 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는 글을 읽다가 잠시 멈췄던 기억도 난다. 단 한 명이 가질 수 있는 것을 원하느라 스스로 자학하기보다 일상의 행복을 꼼꼼히 챙기는 삶에 대해 말하는 이 남자의 눈이 따뜻해 보여서였다.


내가 읽었던 <너의 그림자를 읽다>의 주인공은 결국 동생의 마음을 부검할 심리학자를 만난다. 그는 그녀에게 심리부검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고통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자살이란 심리적 고통입니다. 하지만 미리 경고를 드려야 하겠군요. 답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몇 개의 정답만을 놓고 살아온 게 아닐까. 우리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답’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어린 시절 어른들이 별 생각 없이 아이에게 던졌던 질문은 마땅히 이렇게 고쳐져야 했던 건 아닐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가 아니라 “넌 커서 어떻게 살고 싶니?”로 말이다.



백영옥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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