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경북에도 해녀가 있다

미역이며 다시다, 톳, 우뭇가사리에 김 같은 걸 우리는 보통 해조류로 구분하고 즐겨 먹는다. 한국처럼 해조를 자세하게 종류를 나눠서 식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듯하다. 서양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종 구분도 없이 그냥 ‘해조’라고 불렀다. 학술적으로는 개별성이 있었지만, 일반 민중은 거의 먹지 않으니 이름도 구체성이 적었다. 오죽하면 서양에서는 김을 ‘노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스시 열풍을 타고 일본어 이름이 전해진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김밥이 주목받고 있다. 아마도 이제부터는 ‘김’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해조는 바다에서 엄청난 양이 생산되며, 식량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미각으로 본다면 또 그 비중이 크다. 다시마는 국물 내는 데 최고다. 김은 또 어떤가. 맛있고 간편한 부식이다. 외국 유학생이나 주재원의 집에 가면 제일 많은 한국 식재료가 김이라고 한다. 부피가 작고 항공으로 부치거나 휴대해서 가져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다른 재료는 몰라도 김이 외국에서도 그다지 귀하지 않은 건 그런 까닭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양식 생산이 크게 늘면서 한국인 식탁의 에이스가 되었다. 기업에서 만든 식탁용 조미김이 크게 유행한 것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나는 해조류를 아주 좋아한다. 다시마가루를 조미료로 쓰고, 미역귀를 간식으로 먹을 정도다. 경북 동해안의 해녀를 취재할 일이 있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침 미역철의 끝자락이었다. 경북 영덕군의 앞바다였다. 잠수복을 입은 해녀들이 팀을 이루어 미역을 채취하고 있는 현장. 바다는 거칠었고, 새벽부터 해녀들이 나와 물질을 했다. 해녀는 제주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경북 일대에도 많다. 해녀들이 작업하는 해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흔히 생각하듯 전복과 소라에 해삼과 문어가 중요한 산물이다.

 

한데 해조 작업이 가장 일이 많고 큰 몫을 차지한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조 중에서는 단연 미역이다. 양이 많고 일도 크다. 특히 동해안 지역의 미역은 100% 자연산이다. 물살이 거세어 양식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보통 ‘쫄쫄이 미역’이라고 부르는 미역은 동해안산을 의미하는데, 파도가 거칠어 그 힘에 버티는 미역이 자연스레 쭈글쭈글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과연 현장은 엄청나게 고되어 보였다. 파도는 포말을 일으키며 연신 들이치지, 자맥질을 해서 낫으로 미역을 베어내야 하지, 겨우 벤 놈들을 뭍으로 끄집어내는 일까지 해야 한다. 공력이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꺼낸 미역은 곧바로 오리를 지어 볕에 말린다. 그 후 상품이 되어서 팔려나간다.

 

지금쯤 되면 경북 동해안 지역의 미역 생산은 끝난다. 날씨가 더워지면 미역은 녹아버리므로 상품성이 없다. 가을 들어 미역이 잘 붙도록 바위를 청소하고 겨울에 거둘 미역을 기대한다. 이 모든 일이 해녀들의 거친 노동으로부터 이루어진다. 경북 해안가에서 생산한 자연산 미역은 구하기도 어렵다.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미역국 한 그릇이 그립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