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별점 테러와 식당의 운명

별점 테러. 특정 식당에 다수의 소비자가 고의로 낮은 점수를 주어 평균점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는 말로 공분을 살 만한 사건을 저지른 목표에 대해 응징 효과를 기대하고 일으키는 작업이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이들이 주로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불매운동과 같이 벌이기도 하며, 순기능도 상당히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별점은 다양한 장르에서 쓰이지만 대부분 식당 등 외식업종이 해당된다. 각종 온라인 포털이나 배달앱에는 리뷰를 별점(또는 점수)으로 매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리뷰가 결과적으로 식당의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가 소비 행위를 할 때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장점이 매우 크다. 리뷰란 원래 평가하는 텍스트를 의미하지만, 바쁜 세상에 긴 리뷰를 쓰기도 힘들고 하니 별점으로 간단히 평가를 압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뜻밖의 일도 많이 생긴다. 별점이 ‘벌점’이 되어버린다. 너무 높거나 낮은 점수를 주면 평균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가 글은 괜찮은데 별점은 2개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아주 좋다는 취지로 글을 썼는데 별점이 3개밖에 안 되기도 한다. 별점과 평가 감정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포털과 배달앱에서 명쾌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다. 별점은 보통 1~5개(이 사이에 0.5개씩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다)를 매기는데, 식당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아서 혼란이 일어난다. 요소마다 점수의 배분도 주관적이다. 실제로 평판이 나쁘지 않은 많은 식당들이 갑자기 별 1개(또는 0.5개)를 받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소비자의 글을 보면 맛보다는 직원의 태도 등 서비스 문제나 의사소통에서 오는 불만 때문에 혹평을 하게 되었다는 걸 분석해낼 수 있다. “별 하나도 아깝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이는 시스템상 별 1개가 최소라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으나, 실은 그것에 못 미친다는 리뷰어의 분노를 표현한 셈이다. 식당 평가의 주요 구성요소인 맛과 서비스는 상당히 주관적인 면이 있는데, 리뷰 별점이 갖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리뷰의 누적이다. 리뷰가 많이 달려서 표본량이 늘어나면 지나친 고평가와 저평가가 희석되어 비교적 일정한 점수로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하나 이것이 곧 공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하기’라는 사람의 심리 때문이다. 선거에서 1등 하는 후보의 편에 서는 유권자의 심리를 밴드왜건효과라고 하는데, 리뷰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초기에 높은 평가를 많이 받은 식당이 유리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장르의 식당’이 이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를테면 칵테일바라든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식 등 비아시아권 스타일이거나 가격대가 높아서 표본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식당이 그런 경향이 크다. 애초에 모든 비평에는 한계가 있다. 설문의 방식은 정교한가, 어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가, 표본 수는 충분한가, 잘못된 평가의 수정은 가능한가 같은 변수가 워낙 많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생겨난다. 리뷰 수를 인위적으로 조달(?)하고, 극찬으로 점철되는 리뷰를 달아 점수를 높여주며, 개업 초기에 고득점을 해서 앞서 말한 ‘밴드왜건효과’를 누리려는 불순한 작업을 돈 받고 대행해주는 업체가 꽤 있다. 과거 블로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이들 대행업체는 요새는 리뷰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리뷰는 식당의 평가에도 민주주의가 도래했다는 걸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소수의 평가 대신 무명인 다수의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수많은 오류와 투쟁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리뷰와 별점도 그런 것이 아닐까. 적어도 별점이 벌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