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다시 5·18




1980년 5월18일 전후, 광주에선 어이없고 황망한 일이 벌어졌건만 많은 이들은 알지 못했다.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잉크도 마르지 않은 어제의 일이건만 먹고살기 바쁜 세상은 참으로 무심하다. 잘 먹고 잘 살려는 핑계로 그 일을 모른 체한다면 역사 또한 우리를 기망하리라. 역사공부의 비법은 눈으로 읽은 책을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읽는 것이다. 동시대를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송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날의 기록을 다시 펼친다.


6월항쟁 사진집 <80년 5월에서 87년 6월로>(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7)에서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한 ‘평화로운 시위’ 장면부터 ‘처참하게 학살당한 시민들의 유해’와 시신들을 본다. 사진집 <오월, 민주주의의 승리>(5·18기념재단, 2006)에서 ‘쓰러진 시민들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군홧발로 짓밟아대는 공수부대원’의 만행을 보고 ‘미처 관에 넣어지지 못한 시신의 모습은 차마 두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는 증언을 읽는다. 그날의 회한은 2011년 5월, ‘인류 모두가 보호해야 할 기록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5·18기념재단(www.518.org)에 가면 다 볼 수 있다. 5월 햇살이 풍성할수록 가슴은 답답하고 먹먹하다. 아…, 봄날은 가나 그날은 결코 이사하지 않으리.



이일훈 |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