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마음속의 삼원색






비 내리는 봄날, 기운찬 새순과 흐드러진 춘색을 누르며 강렬한 삼원색 꽃이 걸어가더라.


모든 색이란 본디 좋고 나쁨, 귀하고 천함의 구분이 없다. 눈에 보이는 색깔은 각각이 다 고유하다. 특정한 색에서 특정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색의 보편적 성질이 아닌 개인적 경험이거나 편견 또는 감성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본디 말이 없는 색에 감정을 실어 수선을 떤다. 진실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명백함을 뜻하는 빨간색은 위선에 동원되면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더 붉어지고, 권위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노란색은 주의·조심에 쓰이는 경고색이 되기도 한다. 파란색은 신성하고 희망적인 뜻과 함께 우울함을 나타낸다. 빨강 노랑 파랑, 그 원색이 비율을 같게 또는 다르게 이루어내는 오만색의 찬란한 행렬은 얼마나 신비한가. 


하지만 무조건 멋들어진 색을 만들려고 삼원색을 모두 섞으면 뜻밖에도 껌정이 된다. 이중, 복선, 복합적인 삼원색의 다의성처럼 사람의 마음속에도 이기와 이타, 무심과 탐욕, 사랑과 무관심이라는 전혀 다른 두 줄기가 자라고 있다. 그중 한 가지만 행하면 빛나든지, 탈이 나든지 알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욕심과 꼼수는 탈이 나야 보인다. 그런 속이 흑심이다. 마음에도 삼원색이 있어 다 섞으면 껌정이 되는 모양이더라.



이일훈 |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