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풍경 속의 태도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水深可知人心難知)’는 말은 항상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뒤에 나온다. 속을 살피지 않고 입맛대로 판단하는 이들이 주로 겪는다. 왜 그럴까. 속이란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오판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의 힘은 열 중 하나라도 보이는 데서 온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지만 대놓고 보이려는 것은 함정이기 쉽다. 흑심이란 요물은 평소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산다.


공사현장의 화장실은 대부분 후미진 곳에 옹색하게 형식적으로 만든다. 할 수 없이 일은 보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개선이 잘 안되는 이유는 공사만 끝나면 철거한다는 생각으로 소홀하게 만드는 탓이다. 그런 곳은 쓸수록 지저분해지니 매일 볼일을 봐야 하는 인부들의 고충이 심하다.


어느 건축공사현장(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379-12)에서 보았다. 화장지도 갖추고 물을 쓸 수 있는 수세식이더라. 사소하지만 그런 모습은 흔치 않다. 임시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마음이 바로 일꾼들에 대한 배려다. 그런 현장은 안 보이는 부분도 공사를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현장을 관리하는 태도가 바로 공사의 품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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