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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만들어줘요 당신이 디자인하면 뭘 해도 마음에 들어"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ㆍ해외 뮤지션들이 열광하는 디자이너 이주영

‘한류스타’는 가수나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명칭이 아니다. 이제는 패션디자이너도 한류스타의 대열에 섰다.

레쥬렉션(Resurrection)이란 브랜드를 이끄는 이주영씨는 정식으로 패션쇼를 열기도 전에 해외 뮤지션들의 콘서트장에서 이름을 알린 독특한 이력의 디자이너다. 그동안 뉴욕패션위크, 한국헤리티지 패션쇼에 참가해 한국 디자이너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팝그룹 블랙아이드피스와 레이디 가가, 그리고 ‘악마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록스타 마릴린 맨슨이 모두 그의 팬이자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자존심과 자부심 가득한 그들이 이주영씨에게 옷을 주문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무조건 만들어줘요. 당신이 디자인하면 뭘 해도 마음에 들 테니까.”


최근 블랙아이드피스가 월드투어 때 입은 의상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앰과 타부는 레쥬렉션의 옷을 입고 전 세계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섰다.

레드카펫이나 시상식 무대에서 톱스타들이 입는 옷은 상상을 초월하는 치열한 전쟁과 협찬금까지 은밀히 거래되지만 이주영씨의 경우엔 당당히 돈을 받고 팔았다. 해외 전시에서 이주영씨의 옷을 처음 접한 그들은 그 후로 여러 차례 그의 옷을 구입했다. 그룹의 음악과 비주얼을 총괄하는 윌아이앰은 아예 공동사업을 의뢰, 올봄에 ‘IM by Resurrection’이란 브랜드를 선보인다. 뮤지션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례는 흔하지만 한국 디자이너와의 공동사업은 이것이 최초다. 사업 내용이 알려지면서 벌써 미국과 유럽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

“제가 대학(미국 커티스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고 디자인을 할 때도 항상 음악을 들어요.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제 옷에서 그들도 공감대를 느끼나 봅니다. 그들이 스타여서 제가 덩달아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연예인들만을 위한 옷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릴린 맨슨, 레이디 가가, 블랙아이드피스.

유명 패션디자이너 설윤형씨의 딸인 그는 첼리스트의 꿈을 접고 어릴 때부터 익숙한 패션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작업을 돕다가 2004년 독립, 주로 남성복을 만든다. 영화 의상에도 참여하고 패션쇼도 하면서 남성복 의뢰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여성복과 달리 단조롭기만 한 남성복에 그는 음악적 상상력을 가미한 장식을 더해 매력적인 남성복을 만들었다. 앞과 옆을 끈으로 X자로 교차시킨 바지, 가죽과 모피를 패치워크한 상의 등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옷이 그의 손길을 거치면 세련되게 표현된다.

“제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입혀서 근사하게 보이는 옷을 만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핏’(fit·입었을 때의 선)이죠. 어깨에서부터 정확하게 떨어져 허리를 감싸고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고 흐르는 핏은 적당히 근육 붙은 남자의 몸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복잡한 디테일을 하나로 흡수하죠. 다소 보수적인 남성들도 한번 입어보면 자신감을 찾더군요.”

이주영씨는 “옷을 통해 한국을 자랑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