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요리에 과학 한 스푼] 공기도 맛있는 요리재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 등장하는 초콜릿 공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할 수 있지?’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러한 풍경의 공장이 아닙니다.

일단 이 공장의 근로자들부터 남다른데요. 사장인 윌리윙카가 오지를 여행하던 중에 우연히 만난 ‘움파루파’라는 키 작은 종족들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장 안에 위치한 거대한 산을 오르며 초콜릿에 쓸 재료들을 구하고, 그리고 만들어진 초콜릿을 테스트하기 위해 대포에 넣고 하늘로 쏘기도 합니다. 또 공장을 관통하는 거대한 초콜릿 강을 배로 이동하기도 하죠.

그런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강의 끝자락에 있는 거대한 초콜릿 폭포입니다. 윌리윙카는 이 폭포가 부드러운 초콜릿의 비결이라 자랑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초콜릿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과정에서 공기와 섞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도 초콜릿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섞이는 공기의 양과 공기 입자의 크기는 제품의 최종적인 식감을 좌우합니다.

공기는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 또한 책임집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려면 먼저 주성분인 우유와 여러 첨가제 등이 섞인 원료를 강제로 휘저어 공기가 포함되게 하고, 이를 급속냉동시킵니다. 이때 포함된 공기로 인해 늘어난 부피변화를 오버런(over-run)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원료의 부피를 100이라 했을 때 공기가 포함되어 그 부피가 150이 되었다면, 오버런이 50%인 것입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경우에는 이 오버런이 100% 내외인데, 그야말로 아이스크림 반 공기 반인 셈입니다.

머랭의 바삭거리는 식감 또한 이 공기 때문입니다. 계란 흰자와 설탕을 1 대 1로 섞고 한참 휘저어주면 거품이 생기는데, 그러면 공기를 머금게 되어 가벼우면서도 부피감 있는 반죽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를 적당한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구우면 구멍이 숭숭 뚫려 바삭거리면서도 맛있는 머랭이 완성되죠.

계란에는 레시틴이란 단백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물과 친한 친수성 부분과 기름과 친한 친유성 부분을 둘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휘젓는 과정에서 친수성 부분은 물 분자들과 결합하고, 물과 친하지 않은 친유성 부분에는 공기만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휘저을수록 점차 공기의 부피가 커지게 되죠. 참고로 기름이 많은 노른자를 섞지 않는 이유는 기름으로 인해 공기가 잘 가두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등장했던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에 포함된 단백질 그리고 지방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원래는 뭉쳐 있던 단백질과 지방의 고분자들이 물리적인 휘저음에 의해 풀어지게 되고, 그 풀어진 틈 사이로 공기 방울들이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되는 원리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 맛도 없는 공기가 맛있는 요리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연재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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