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초밥이 시큼한 이유

술과 빵을 만드는 알코올 발효와 구분하여 젖산 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알코올이 아니라 젖산이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요구르트가 있는데, 이 발효에는 동물의 몸속에도 존재하는 락토바실루스란 젖산균이 관여합니다. 오래전 유목민들이 가죽 주머니에 보관하던 우유가 발효되는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고 하는데, 동물의 천연 가죽에 이 락토바실루스가 미량이나마 존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에는 이미 만들어진 요구르트를 우유에 소량 첨가하는 더 손쉬운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젖산 발효가 진행되어 젖산이 어느 정도 생성되기 시작하면 산에 의해 단백질이 서로 엉키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우유가 서서히 응고되기 시작하면서 요구르트가 만들어집니다. 젖산은 상큼한 신맛이 특징인데, 젖산과 같은 유기산은 유해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요구르트나 김치와 같이 젖산균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에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와 유사한 것으로 초산 발효라는 것도 있습니다. 곡물이 발효되어 만들어진 알코올이 다시 초산으로 변하는 현상인데, 우리가 흔히 식초라 부르는 물질이 바로 이 초산입니다. 그리고 이때는 초산균이란 미생물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한입 크기의 밥 위에 생선을 얹어 만드는 스시라는 요리도 처음에는 생선회가 아니라 초산 발효를 거친 생선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생선을 소금물에 절여서 1차 발효를 시킵니다. 그러면 부패를 방지하면서도 서서히 발효가 진행되어 풍미가 좋아집니다. 

참고로 김치를 담글 때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발효가 천천히 일어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발효 속도가 너무 빠르면 김치가 금세 시어버리거나, 아니면 부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스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1차 발효가 끝난 생선에 쌀과 같은 곡물을 함께 넣고 밀폐된 용기 안에서 다시 2차 발효를 시킵니다. 그러면 곡물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초산이 생선에 스며들어 시큼한 맛과 함께 훨씬 더 다양한 풍미를 가미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보통 이렇게 발효된 식품에서 곡물을 털어내고 생선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요리를 ‘나레즈시’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는 큰 단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발효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죠. 스시 하나를 준비하려면 많게는 1년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먹거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스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발효된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식초를 이용하여 밥맛을 변화시킨 것이었습니다. 식초의 시큼한 신맛은 마치 예전의 발효된 생선의 풍미를 연상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의 초밥이 탄생했습니다.

비록 초밥은 도시화에 따른 패스트푸드이기는 하지만, 예전 슬로푸드에 대한 향수만큼은 시큼한 식초의 향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연재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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