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임의진의 시골편지]장마 독재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천구백팔십년대.”

 

고무줄놀이 노래처럼 1980년대엔 주문을 외우고 살았었다. 닭장 속에는 닭이 들어있고 모기장 속에는 모기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야 정상. 그런데 1980년대엔 닭장 속에 사람이 들어가곤 했었다. 난센스 퀴즈 하나. 경찰서가 가장 많이 불타는 나라는? 불난서, 불란서.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서도 제법 많이 불탔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데모하던 이들은 경찰에게 끌려가서 많이 두들겨 맞고 울었다. 공안 검사와 경찰 가운데서 일하던 물고문 기술자도 있었다.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서, 요즘 내리는 폭우처럼 주전자로 고춧가루 탄 물을 들이부었다. 그 정도쯤 해서 인민들 입에 재갈을 물려야 ‘독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독재 명찰은 아무나 차는 게 아님이렷다.

 

요샌 날씨 독재를 맛보고 있다. 장마의 일당독재, 아니 일방독재. 하도 빗줄기가 거칠어서 도라지꽃도 구경 못하고 진한 백합화 향내도 맡지 못했다. 하루종일 비구경만 하다가 땅거미가 지고는 한다. 잠깐씩 해가 나면 빨래를 하는데, 금세 또 소나기가 내려 눅눅해진다. 작년쯤 친구가 빨래 건조기를 사주겠다는 걸 거절했다. 장마 때나 쓸 용도이겠거니 했는데, 옷에서 눅눅한 냄새가 나면 그때 모른 척 받을 걸 후회가 된다. 습기와 곰팡이가 생길까봐 옷장을 열어두고 외출을 한다. 산속에 살면 집과 세간, 내 한 몸뚱어리 간수하는 데도 손이 많이 간다. 하루는 소나기 장대비에 다 마른 이불 빨래가 흠씬 젖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비구름아! 물러가라! 데모를 해봐도 소용없어라. 비구름이 걷히는 날은 언제쯤일까. 하늘에다 대고 화창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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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06030008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