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저염식

저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물론 서울시 같은 지자체에서도 열성적으로 이 문제에 힘을 쏟고 있다. 한때 당뇨와 심혈관 질환자들에게나 필요한 일종의 환자식 개념이 대중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소금이 과연 몸에 해로운가 이로운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없는 듯하다. 이미 과도한 소금은 건강을 해친다는 게 정설이다. 소금(나트륨)은 우리 몸에 필수불가결하다. 나트륨이 없으면 우리 몸은 곧바로 운행을 정지한다. 즉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그러나 몸에서 합성되지 않으니 섭취해야 한다. 소금의 금 자를 ‘금(金)’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귀한 존재다.

현대는 소금이 싸서 문제다. 소금을 전매하던 과거에는 저염식에 대한 캠페인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소금이 비쌌기 때문이다. 소금은 인간이 쓰는 조미료 중에서 가장 싸고 가장 유효하다. 우리가 ‘맛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다분히 소금에 의해서다. 간이 맞는다는 말은 곧 맛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렁탕을 한 그릇 시켜놓고 소금을 타지 않고 맛을 보라. 누구도 그 탕을 먹지 않을 것이다. 짠맛=맛있다는 등식이다. 그래서 저염식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설사 일정 기간 소금을 줄이더라도 이내 요요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 혀는 여전히 짠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짠맛은 대단한 유혹이며, 우리는 곧잘 굴복한다.

외식과 가공식품이 짠 것은 보존 효과보다는 맛을 더 좋게 하려는 이유가 크다. 간혹 외국 음식을 먹고 짜다고 하는 한국인이 많다. 미국 현지에서 피자나 치킨을 먹고 혀를 내두른다. 예를 들어 외국산 햄이 짜서 못 먹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국내는 ‘저염 스팸’이 인기다. 그런데 통계는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한국인이 세상에서 가장 짜게 먹는 축에 든다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외식이 많다. 외식은 짜게 해야 만족도가 높다. 누구도 쾌락을 위한 외식에서 ‘구도(求道) 음식’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국이다. 한국인은 단언코 국을 가장 좋아한다. 일본과 중국보다 국을 더 많이 먹는다. 국 대접도 가장 크다. 식사량은 줄어드는데, 외식용 뚝배기와 탕 그릇은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된장과 순두부 담는 일인용 뚝배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지름이 한 뼘쯤 되는 탕용 뚝배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국은 소금 먹는 하마다. 당신이 국을 끓여보면 안다.




그 다음으로는 김치다. 김치는 건강식품이라고 말하지만, 소금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 상에 보통 세 가지 김치가 올라가는 게 다반사다. 배추, 무, 파김치 식이다. 더 많은 소금을 먹게 만든다. 찌개를 끓이는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다. 찌개는 국물이 자작한 요리였는데 점차 국과 구별이 모호해졌다. 스트레스, 음주는 더 많은 양의 국물을 원하게 만들었다. 순하고 여린 맛보다 맵고 짠맛이 환영받는다. 저염이 몸에 좋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강도의 노동, 정신적 스트레스는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다음날 소금 잔뜩 친 해장국을 원하게 된다. 평안과 여유야말로 저염식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저염식은 어떤 면에서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해법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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