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푸드트럭의 ‘그늘’

푸드트럭이 이 정부의 규제개혁 사례로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한 신문을 보니 푸드트럭 제작자가 함박웃음을 웃는 사진을 실었다. 오랫동안 불법으로 ‘음지’에서 일하던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인 듯하다. 정부의 움직임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수면 아래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음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이 푸드트럭에 적합한 업종을 개발한다는 소문도 업계에서 들린다. 이번 규제개혁 사례에서 거론된 뉴욕식의 햄버거와 타코(멕시코식 간이 음식)는 물론이고 떡볶이와 순대, 만두 같은 간이 음식을 트럭에서 다룰 수 있는 장비 시장이 바빠졌다고 한다. 요리 장비를 트럭에 장착하려면 콤팩트하게 설계 제작해야 하고, 쓰는 연료도 달라서 여러 가지로 다른 면이 많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은 아무래도 번듯한 가게를 내기 어려운 소규모 자영업자가 운영할 테고, 경제적 약자가 살 길을 마련해준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나름 환영받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 따뜻한 공기가 채 퍼지기도 전에 조금씩 다른 걱정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럼 리어카는 어쩌느냐는 의문이었다(최근에는 손수레도 없는 ‘양은 함지 좌판’ 문제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통의 나물 할머니들 말이다). 규모로 따지면 손수레 장사가 더 영세하고, 사회적으로 더 지원해줘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리어카는 그동안 늘 단속대상이었다. 제법 큰 트럭에 이것저것 장비를 달면 수천만원은 나갈 푸드트럭 특장차를 허용해준다면, 싸구려 주물 골조에 판자때기 얹고 허술한 고무타이어 두 개가 전부인 리어카 음식점을 외면할 이유가 도대체 없는 셈이다. 게다가 리어카는 기껏해야 30만, 40만원에 팔리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싼 영업차량이다. 그런 리어카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외국에 드문 아주 매력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리어카 문화는 전후에 발달한 우리 도시 역사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관광객 유치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당국자에게 조언한다면, 리어카만 잘 발굴해서 홍보해도 도시 관광의 명물이 될 게 틀림없다. 굳이 멀리 볼 것도 없이 후쿠오카의 리어카 포장마차거리에 가보면 관광객이 차고 넘친다.


푸드트럭’ 제조업체인 두리원F&F 배영기 사장 (출처 :연합뉴스)



푸드트럭 양성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다른 염려도 생기고 있다. 가뜩이나 깊은 불경기의 골에 음식장사는 바닥을 치고 있으니, 이른바 ‘월세에다가 세금까지 또박또박 내고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시선도 차갑다. 이미 골목마다 간이 음식을 파는 식당이 과잉 경쟁하고 있고 기왕의 음식노점과 리어카도 널렸는데, 정부의 살뜰한 ‘지원’까지 받는 트럭부대까지 생겨난다는 냉소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이 문제의 근원은 시민이 먹고살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 정부는 그런 고민도 없이 푸드트럭을 냅다 띄우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거리만 잉태하고 말았다. 생색은 청와대가 내고 거리에서 푸드트럭과 분식집, 리어카 노점이 한바탕 이전투구를 치를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면 생각 없는 텔레비전은 그 경쟁의 와중에 생겨난 천원짜리 ‘착한 떡볶이’를 찾아서 카메라를 돌릴 것 같고.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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