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용재의 건축과 음식 사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새우구이란 무엇인가


새우철인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축제에 가서 새우"구이"를 먹었다는 글이며 사진을 많이 보게 된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높고, 냄비라고 하기에는 낮은 조리 기구의 바닥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고래 없이도 등이 터져라 가득 담는다. 그리고는 뚜껑마저 덮어버린다. 미안하지만 그건 구이라기보다는 찜에 가깝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료의 분포 밀도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재료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집올린다. 이건 단지 새우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깃집에 가면, 일하는 '이모님'들이 정말 불판을 가득 메울 정도로 고기를 올려놓는다. 손님들이 빨리 먹고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다면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문제는 이모님이 없는 집들이라면 배고픈 손님들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료를 다닥다닥 붙여서 불판에 올릴 경우 먼저 달궈진 불판의 온도가 빨리 내려가므로 고기가 잘 익지 않게 되고, 또한 고기에서 나오는 물기로 인해 익게 되므로 불판을 달궈서 구워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재료를 구울 때에는 가급적 재료 하나의 크기만큼 간격을 떼어 놓아야 구이라는 조리방법이 줄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얻을 수 있다. 새우축제에서 내놓는 새우"구이"라는 건 일단 이 점에서 불합격이다. 이런 식의 구이는 물론 오븐을 통한 구이, 또는 '베이킹'에서도 재료간의 간격은 굉장히 중요하다(사진은 오븐의 '브로일러'에서 구운 삼겹살. 재료의 간격을 넉넉하게 떼어주었다).


같은 이유로 뚜껑을 덮는 것도 문제이다. 가뜩이나 다닥다닥 붙여놓은 새우에서 수분이 엄청나게 빠져 나올텐데 뚜껑을 덮어 놓는다면, 그 수분은 그대로 다시 새우로 돌아가는 셈이다. 결국 새우를 익히는 건 적외선이라기 보다는 증기가 되고, 그렇다면 굳이 소금을 조리 용기 바닥에 깔 필요도 없다. 소금이 벽이고 바닥이고 너무 얇아 빈약한 조리 용기에서 한 겹의 열 전도체를 더하는 역할을 해 주는 셈인데, 결국 쪄 먹는 셈이라면 소금을 낭비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런 음식을 새우"구이"라고 이름 붙여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새우축제에 가서 새우'찜'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는 것을 보면, 찜보다는 구이가 더 축제의 분위기에 맞는 조리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우찜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찜인 음식에 구이라는 딱지를 붙여 파는 상술이 문제인 것이다. 같은 새우지만 쪄 먹는 것과 구워 먹는 것은 그 맛이 다르다.


실로 엄청난 음식인 것 같지만, 사실 새우소금구이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다. 굵은 소금을 팬에 깔고 불에 올려 달구면, 곧 '따닥따닥'소리를 내면서 굳어 단단해진다. 이 단계 전에 새우를 올리면 소금 알갱이가 새우에 붙어 소금에 굽는 것이 아닌, 소금에 찍어 먹는 소금구이가 된다. 각 새우 사이에 한 마리만큼의 간격을 두고 새우를 살그머니 올려 놓는다(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나도 욕심을 좀 부렸다). 새우가 핑크색으로 변하면 뒤집어 준다. 새우 한 면에 2-3분 이상 구울 필요가 없다. 새우를 불에서 내린 다음에도 남아 있는 열에 의해 익기 때문에 절대 오래 익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워서 먹는 새우는 쪄 먹는 것과 염연히 다른 맛이 난다. 소위 말하는 '불맛'을 느낄 수 있다. 잘 구우면 바삭바삭해서 껍데기째 먹을 수 있지만, 그게 싫은 사람이라면 남은 머리와 껍데기로 국물을 우렸다가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맛은 사뭇 다르다. 

사족 삼아 덧붙이자면, 마트 같은 곳에서 생물인 것처럼 파는 새우는 대부분 잡은 다음 냉동한 것을 해동한 것이다. 그러므로 먹고 남았다고 다시 냉동시키는 건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대부분의 새우가 소포장 단위로 팔리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에 채 열 마리도 쓰지 않는 차원이라면 차라리 머리를 떼고 한마리씩 냉동시킨 새우를 쓰는 편이 훨씬 더 편하다. 모든 손질이 다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 머리나 껍데기로 국물을 낼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