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용재의 건축과 음식 사이

<한국음식 오디세이>와 우리 음식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재미없다. 일단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전제로 깔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음식을 우수하지 않거나, 한술 더 떠 열등하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음식 문화를 무시하거나, 논리의 비약을 범하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우수하다고 하는 음식들은 까놓고 말해 요즘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아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러 음식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는 우리 음식 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한식의 세계화든 양식의 한국화든 균형잡인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런 의견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한국음식 오디세이>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 제목부터가 난센스라는 느낌이다. 왜 꼭 '오디세이'어야 하는가?
 
책이 다루는 내용은 사실 오디세이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로 길고 깊이가 있는 정도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 음식, 그것도 이제는 먹기 힘든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차라리 '길라잡이'같은 단어를 사용할 수는 없었을까? 사소한 부분이지만 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 스스로가 짊어지기를 원하는 권위에 흠집을 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 또한 일단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선언하는 것으로 문을 연다. 필자는 우리가 서양의 생활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식생활에서는 전통을 대부분 고수하고 있는 주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정의하려는 전통적인 음식이 현재 우리의 식생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바쁜 직장인이 회사 앞 도시락 집에서 밥과 김치가 나오는 돈까스 도시락을 사 먹는다면 이 식생활은 전통적인 것인가 아닌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필자가 책을 통해 펼치는 논리로는 아닐 것이다. 돈까스는 필자의 기준을 따르자면 우리 음식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자가 이 책을 통해서 시도하는 작업은 거의 철저하게 과거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 참고 문헌들을 수합해서 이제는 슬프게도 구경조차 하기 힘든 음식들의 이야기를 읊는다. 전문가인 필자도 이름이나 사진으로만 접했을 음식이 대부분일 것이다. 눈으로만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과거를 잘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것도 현재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함께 엮였을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필자는 그러한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필자는 '최근 '한국음식의 세계화'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이야기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함을 느낀다'라는 논리로 오히려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를 꺼려한다. 이렇게 우리 음식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그리고 해당분야의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는 권위자가 이런 식이라면 과연 누구의 의견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맨 위에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 언급했다.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료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필자는 발효식품으로서 장류가 가진 위대함을 부각시키고자 <규합총서>를 인용한다.

'(전략) 담근지 삼칠일 안에는 상가나 애를 출산한 집에 가지말고 생리 중에 있는 여자나 잡인을 근처에 오지 말게 해야 한다.'

설사 정말 우리 장류의 우수성을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사료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성차별적이며 또한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또 인용하는 것이 전문가의 자세인 것일까? 



발효식품의 우수성은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동네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자세에도 균형감각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장류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효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다려서 만드는 음식 또는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도주는 어떠한가? 심지어 빵만 하더라도 발효를 통해 그 특유의 식감을 얻는다.

필자는 밥이 빵보다 우수하다면서 빵은 반드시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밥보다 번거롭다는 이유를 들어 밥이 더 우수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장류를 우수한 식재료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원리 또는 기술인 발효가 빵이 밥보다 열등한 음식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근거일 수 있는가?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는 그 자체로서 어려운 기술이고 또한 발효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음식은 그 기원을 막론하고 우수한 음식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빵과 밥은 정확하게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 둘의 특성이 전혀 다르고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루를 내어 반죽을 하고 발효를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대신, 빵은 밥처럼 밀도가 높지 않으며 특히나 우리의 쌀로 만든 밥처럼 끈적거리지 않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없고 휴대가 간편하다. 요는 밥이 빵보다 우월한 음식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편향된 시각으로 밥의 편을 들어줄 필요까지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결론을 내리자면, 이 책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탁상공론이다. 이러한 탁상공론은 한식의 세계화에 아무런 영양 공급도 하지 못한다. 현재을 파악하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과거를 좇느라 바빠 이 책은 현재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음식의 현주소다. 그 많은 전문가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