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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스타일 그녀, 도발하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디자인이 단순해지면서 화려한 액세서리가 인기다. ‘블링블링’으로 표현되는 화려한 장식의 목걸이, 팔찌, 브로치가 2012년에는 보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펑크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펑크패션은 1970년대 중반에 미국, 영국, 호주에서 시작됐다. 펑크록(Punk Rock)이라는 음악장르가 유행하면서 소위 펑크문화가 등장했다. 펑크는 주류나 대세 문화에 대한 반항으로 정의된다. 펑크패션은 가죽점퍼, 찢어진 티셔츠, 군화, 뾰족한 스파이크 또는 옷핀, 짙은 스모키 화장, 네온(형광색) 컬러, 체크무늬, 문신, 피어싱, 모호크(인디언 식) 머리, 삭발 등 거칠고 저급하고 극단적인 양식으로 표현되었다. 

보통 사람들에겐 저항감과 거부감을 주던 펑크패션이 올해는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프라다, 셀린,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에서도 아이 얼굴만한 크기의 꽃 브로치나 형광 빛깔의 팔찌 등 ‘펑키한’ 장신구를 선보이며 펑크 패션을 전파했다. 아주 단아하고 기품 있는 정장에 형광 색깔에 커다란 브로치를 달거나, 로커들의 전유물인 스파이크 장식의 팔찌를 착용하는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템을 ‘믹스&매치’하는 것이 유행이다.

최근 ‘피버리시’란 장신구 브랜드를 출시한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씨는 펑크패션이 급속하게 상류층으로 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얼마 전 전시회를 열었을 때 이효리, 이소라 등 패션 스타뿐 아니라 변호사, 홍보회사 대표 등 캐리어 우먼들이 악어 모양의 커다란 브로치, 가슴을 다 감싸는 듯한 쇠장식의 목걸이 등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파티용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착용한다고 했다.
이일정씨는 “매사에 재능 있고 당당한 알파걸들이 공부하느라 눌러왔던 패션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컨설턴트 박인숙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들이 이런 재기발랄한 펑크 액세서리를 하면 부드럽고 위트 있게 보이고 얌전한 이들이 착용하면 강렬한 내면의 힘이 발휘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밋밋한 옷에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펑크 액세서리 연출에 특별한 공식은 없다. 전형적인 비즈니스 정장 슈트에도 목걸이를 여러 개 겹쳐도 멋지고, 단순한 셔츠에 로커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이 즐겨 하는 송곳니 장식의 스파이크 팔찌를 착용해도 세련돼 보인다. 이일정씨는 “액세서리를 가장 멋지게 보이게 하는 것은 자신감과 당당한 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