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가지

(21) 신율 - 사춘기에 접은 가수의 꿈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뭘 적을까 정말 고민 많이 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후회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후회들은 자신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소심하고 결단력 없는 성격 때문에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접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적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접은 것은 나의 소심함과 젊은이답지 않은 ‘영악함’ 때문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나는 본래 가수나 대중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의 직업 혹은 활동 영역과 너무 다르지만 어릴 적부터의 꿈은 정말 대중음악을 하는 거였다. 내가 방송에 첫 번째 출연하게 된 계기도 이런 내 꿈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KBS에는 <누가 누가 잘하나>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학교 장원을 뽑고 연말 결선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초등학생판 전국 노래자랑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도 순서가 왔는데 이 때 공개 방송이라는 걸 처음 봤다. MC가 “누가 누가 잘하나, 전국 어린이 노래잔치!”하면 학교강당에 모여 있던 우리가 “와~” 하고 박수를 치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이 프로그램에 학년 대표로 출연했다. 물론 ‘빽’으로 출연한 건 아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노래를 잘했다. 그저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던 건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 부모님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당시 가수나 연예인들은 이른바 ‘딴따라’ 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종이었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1남3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이 그런 ‘짓’을 하고 싶어한다는 걸 부모님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춘기의 특성상 부모님에게 반항도 하고 ‘약간, 아주 약간’ 탈선을 시도했지만, 내가 되고 싶은 것과 부모님이 시키고 싶은 것 사이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적은 없었다.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기에 나는 너무 순종적이었고 소심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소심했을 뿐 아니라 속된 말로 ‘까졌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당시 대중음악을 업으로 했을 때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배고픔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눈도 의식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내가 그때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특히 <슈퍼스타 K>나 <위대한 탄생>을 보면 그런 후회가 더욱 밀려온다. 스스럼없이 음악을 하는 그들을 보면 너무도 부럽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 탓을 하지 않는다. 나를 풍족하게 키우지 못했다고 항상 자책하시는 부모님을 탓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뿐 아니라, 일이야 어찌됐든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 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하라고 자주 말한다. 그냥 요즘 잘나가니까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성공하면 더욱 좋지만, 만일 실패하더라도 인생에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큰 후회가 없는 인생은 최소한 자신의 입장에선 성공한 인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나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인생을 살며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내 자식에게 그런 식의 포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해서다. 자신이 후회한 일을 자식에게 대물림시키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내 소심함과 영악함이 다시 한 번 자식에게 후회를 만들게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