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가지

(20) 김동수 - 가지 못한 기업가의 길

김동수 |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경향신문DB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는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선택하지 못한, 또 다른 삶의 행로에 대한 애틋하고 아쉬운 마음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이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내게도 그런 가지 못한 길이 하나 있다. 바로 ‘기업가의 길’이다. 젊은 시절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나 결국 가지 못한 길이 되었기에 지금도 마음 한편에는 아쉽게 생각되는 점이 많다. 기업가는 희박한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목표를 성취해 가는 사람이다. 조지프 슘페터와 같은 사람은 기업가를 혁신을 이루는 존재라고 하고, 경제 진보의 원동력으로 평가하였다. 기업가의 그런 점이 젊은 내게 참 매력적인 직업으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내가 언제부터 기업가가 되기를 마음먹었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가의 길을 준비하였고, 한편으로 기업가라는 직업이 내 적성이나 자질에도 제법 잘 맞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사회적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의 후진국 수준 탈피의 원동력으로, 그리고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줄 수 있는 기업의 순기능에 주목했고, 카네기나 유일한 박사와 같은 존경받는 기업가들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기업가가 아닌 공무원이 되어 30년 넘게 경제부처에서 일하고 있다.

막상 기업가가 되는 길을 좀더 깊이 들어가 살펴보면서 당시의 내게는 너무나도 멀고 험난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내면 깊은 곳에서는 차라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많이 생기게 하고, 국민들의 어려운 경제수준을 개선하며, 빈부격차 완화 등을 위한 정부정책을 담당하는 일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제관료로서의 삶은 비록 기업가의 삶 그것은 아니지만, 아주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늘 기업인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소통하면서, 기업과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토록 요구도 한다. 기업인들이 공정한 경쟁환경에서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틀을 만들어줌으로써 그들의 열정과 혁신 역량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하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보람도 느낀다.

얼마전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했다. 췌장암 투병 중에도 고집스럽게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잡스의 모습은 감동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잡스와 동갑내기인 내가 꿈꿔보던 기업가도 다름 아닌 그런 혁신에 대한 열정을 가진 기업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취업 기회가 많이 줄어들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장래에 대한 꿈과 열정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젊은 후배들이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 가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 젊은 시절과 가지 못한 그 길을 회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