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맛집’이란 미명의 사기

“이 근처에 어디 맛집 없나?”



이미 일상어가 되어버린 ‘맛집’이란 말이 나온 건 오래 되지 않았다. 최초의 미각 칼럼니스트를 자처했던 언론인 백파 홍성유도 그저 별미집이라고 불렀다. 맛집이란 표현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식상하고 말았다. 맛집은 그곳에 가든 가지 않든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와버렸다. 지자체에서 나눠주는 홍보자료에도, 일상의 블로그에도, 여러 언론 매체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에도 맛집이 압정 찍듯이 콕콕 찍어서 나온다. 한때 뜻있는 프로듀서에 의해 심각한 폭로와 비판을 받아 잠깐 주춤했을 뿐, 텔레비전은 손쉽게 시청률을 확보하고 인기가 좋다고 하여 맛집을 다루는 방송을 적극적으로 띄운다.





소소한 아침저녁의 종합 프로그램에도 맛집 코너가 최고 인기라고 한다. 연예인을 동원하여 맛집을 급습, 과장된 연기로 맛을 칭송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주요 얼개다. 물론 등장하는 사람이나 대사를 읽는 성우가 사용하는 맛의 표현이란 고작 “대박이다”라거나 “죽여줘요”인 게 문제이긴 하지만.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먹는 걸 오락으로 취급하면서 그 성격이 더 짙어졌다고들 한다. 먹는 일의 숭고함 따위는 없고, 그저 입이 미어져라 퍼넣고 엄지손가락을 척 꺼내는 장면으로 시청률을 얻으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인터넷 포털의 주요 공간은 맛집을 다루는 걸 주요 사업으로 한다. 문제는 가짜가 진짜를 ‘구축’해 버리는, 사이버 세상의 구린 속사정이다.



홍대 앞에서 식당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식당에 다녀간 사람들이 평점을 매기고, 그걸 순위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었다. 동료가 그걸 보다가 아주 흥미로운 ‘제보’를 했다. 홍대 상권에서 이른바 ‘듣보잡’ 술집이 최고 평점을 받아 1위로 등극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꾸준히 장사하고 평판을 얻어온 집들을 밀어내고, 갑자기 생긴 어느 술집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이었다. 그 사이트는 홍대 상권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었고, 돈을 쓴 만큼 그 식당도 손님이 늘어갔다. 맛의 변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대중에게 이런 ‘권위 있는’ 사이트의 평판은 영향을 끼친다. 대중이 그 평판이 조작됐다는 걸 알 리 없고 결국 그 식당은 손님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손님이 그걸 알게 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다.



내 식당에 오는 우편물이나 홍보사원, 전화의 상당수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을 하라는 권유를 담고 있다. 바이러스처럼 좍 퍼지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해준다고 선전한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식당 체인이 다 이렇게 해서 성장했다고 유혹한다. 그 핵심은 가짜 손님과 블로그를 동원하여 식당의 인기를 만들어내주는 데 있다. 그건 사기행위이고 당연히 범죄다. 범죄란 굳이 사전적 정의를 빌지 않아도 남의 것을 비합법적으로 강탈하는 걸 모두 포함한다. 물론 남에게 돌아갈 평판을 가로채는 것도 포함한다. 범죄를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게 지금 우리 시대의 일상적 풍경이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박찬일 |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