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반전의 맛’ 내장

이탈리아에 가서 놀란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대개 가축의 내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칠리아에는 ‘내장 햄버거’가 있다. 송아지의 염통, 간을 삶아서 빵에 끼워 먹는다. 멀쩡한(?) 고기는 어쩌고 내장으로 만들까. 알고 보면 아주 슬픈 음식이다. 시칠리아는 대지주와 외세의 발호가 심했다. 농민들은 수탈에 굶주렸다. 마피아가 탄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소를 잡아 살코기는 부자들이 먹고, 내장은 버렸다. 그것을 주워서 먹기 시작한 것이 바로 내장 햄버거의 유래이다. 마치 미국 남부에서 닭의 살코기는 농장주의 몫이고, 서민들은 뼈와 부산물을 튀겨 먹은 데서 시작됐다는 켄터키프라이드치킨과 비슷한 역사다. 로마에도 소 내장 요리가 있다. 양과 곱창을 볶아 먹는다. 지금은 로마가 자랑하는 별미가 되었지만 원래는 ‘게토’에 격리돼 살던 유대인들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삼류시민’의 한이 거기 들어 있는 셈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야키니쿠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다 곱창과 내장 요리의 전성시대다. 호루몬야키라고 하는, 소 내장을 구워 파는 집들이 성업 중이다. 값도 엄청 비싸다.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 있는 우리 동포가 운영하는 내장구이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직원들이 색동저고리 색깔 옷을 유니폼으로 입고 고기와 내장을 구웠다. 재일동포의 아픈 역사가 스며 있는 음식이다. 내장 굽는 연기 때문인지, 내 마음 때문인지 눈이 매캐했다. 그들은 호루몬(‘버려진 것’이라는 뜻의 일본어)을 주워다 구워 먹으면서 그 험한 시대를 살아왔던 것이다. 일본 패망 이후, 남겨진 조선인들과 새롭게 밀항한 제주인들(대다수가 4·3항쟁 이후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이 내장구이를 팔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 어찌 내장 굽는 연기에 눈물이 나지 않을 것인가.

내장은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다. 인기가 있어서 값은 싸지 않다. 소 내장을 식용으로 수입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어렸을 때는 닭내장도 곧잘 먹었다.



모래내시장에 있는 단골집을 다녔는데, 없어진 줄 알았던 그 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간혹 배안에 있던 노른자를 서비스로 주던 그 허름한 집. 카바이트 막걸리와 막소주를 마시는 시장 노동자들의 집. 내장이 아니었으면 그들이 뭘 먹고 힘을 냈을까 싶다. 최근 한 곱창집을 갔다가 기함을 했다. 아무리 재료가 싸지 않다고 해도, 서너 명이 먹은 양·곱창구이 값이 엄청나게 나왔다. 내 친구는 “중고차 값 뺨친다”고 했다. 가난해서 먹던 내장이 언제 이렇게 고급음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값은 시장이 정하는 것이라지만, 내장을 서민의 요리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손질이 어렵고 잔손이 많이 가는 것은 알지만, 소 내장구이가 그토록 비싸다니. 동대문에 가서 돼지야채곱창볶음이나 먹어야겠구나.




박찬일 |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