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내 인생 마지막 편지

[내 인생 마지막 편지](40) 김미화 - 웃으며 보내다오

김미화 | 방송인




애들아, ‘그날’이 오거든 엄마가 살던 공간에 들어와 엄마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즐겁게 웃었으면 좋겠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흘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먼 훗날 엄마가 떠난 후 아이들이 발견했고 매우 아름다워 소설로 다시 탄생했듯이, 애들아 너희도 그렇게 엄마의 부재를 슬퍼하지만 말고 지난날 엄마의 삶을 아름답고 흐뭇하게 바라봐줬음 좋겠다.



엄마는 누가 흉볼까봐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미리 준비할 생각은 없단다.


내가 정한 내 묘비명 ‘웃기고 자빠졌네’처럼, 물론 좁은 땅에 무덤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저 어느 한 구석에 내가 살았던 흔적을 추억하며 작은 비석에 이 글귀를 새겨줬음 좋겠다.


코미디언으로서 무대에서 열정을 다해 웃기다가 자빠지고 싶은 내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즐거운 사람이고 즐겁게 살아갔듯이 너희들이 재밌는 보물찾기 하듯 내 방 구석구석을 웃고 떠들며 추억했으면 좋겠다. 


방송인 김미화, 윤승호 성균관대 교수 부부 (출처 :경향DB)


“푸하하하. 엄마가 아빠에게 보낸 간지러운 이 e메일들을 봐봐.”


“히히. 이 사진좀 봐. 중국옷 입고 노래 부르며 찍힌 엄마의 촌스러움은 누구도 못따라올 거야. 킥킥. 예술로 승화시킬 게 따로 있지. 술먹고 술병 뚜껑을 망치로 두드려서 물고기를 만들어 놨네.”


이렇게 즐겁게, 이제 엄마가 같은 공간에 없어도 엄마의 재미있는 흔적들로 슬픔을 충분히 상쇄했으면 좋겠다.


엄마의 부재에도 즐거워하라고 자꾸 말하는 것은, 아직 내 어머니 김영자 여사가 살아계시기에 문득문득 엄마가 없는 이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며 슬퍼지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기에 웃으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언제든 죽을 때 건강한 정신으로 너희들에게 웃으며 “안녕!” 했으면 하는 게 나의 소망이다. 


엄마는 코미디언으로서 국민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았고 엄마를 끔찍하게 사랑해주는 너희들 때문에 늘 행복했노라고 웃으며 감사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내 남편,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싶다.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목표인 우리 부부의 희망대로 우린 잘살아왔다고 등을 토닥토닥 다독여주고도 싶다.


장례식장에서 화투를 치고 술을 나누며 웃고 떠들고 즐겁게 축제처럼 며칠을 보내는 것도 다 그렇게 떠난 자를 즐겁게 그리워하기 위한 산 자들의 위로이리라.


나의 우상 서영춘 선생께서 돌아가셨을 때 누군가 선생님을 추모하는 글을 써서 읽었는데 난 그만 웃음을 주체할 수 없어 빵빵 터졌다.


“고 서영춘 선생께서는 살아생전 유행어를 많이 남기셨습니다. 요걸 몰랐지. 가갈갈갈갈.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뿌없이는 못 먹습니다!!”


마찬가지로 내 유행어도 그걸로 내 후배들이 조사를 준비한다면 그렇게 웃을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닌가! “고 김미화 선생께서는 살아생전 유행어를 많이 남기셨습니다…. 일자 눈썹에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음메 기살어, 음메 기죽어.”


엄숙한 죽음 앞이라고 혀를 깨물어 가며 웃음을 참진 말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