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도시를 상상하고 짓는 일

You+Pea, 런던 디벨로퍼 툴킷, 2015 ⓒ London Developers Toolkit

 

오스트리아 건축박물관에서 건축 시뮬레이션 게임과 장난감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다. 나무 블록, 카드 보드를 이용한 전통적인 ‘집짓기’ 게임부터 콘솔, 컴퓨터, 모바일 앱 게임 등 시대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확보한 게임이 등장한다. 박물관 측은 이런 건축 게임과 장난감 안에는 우리의 문화 및 기술적 유산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게임의 주요 플랫폼이 변하는 것 역시 사회사, 기술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의 세계 안에서 관객들은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건물을 짓고, 마을을 설계한다. 마을을 구축하면서 관객·유저들은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세계를 물리적으로 건설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삶의 질서와 가치 등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도시를 상상하는 나의 감수성은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와 함께 형성된 것 같기도 하다. 도시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시설의 설계를 기본으로 내가 꿈꾸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 기대만큼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떤 가치를 앞세운 도시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어려웠다. 그 도시의 지향을 이상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지 저절로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종종 내가 ‘만든’ 도시를 조망하면서 뿌듯해지기도 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여하여 도시를 관리하는 일에 지쳐 게임을 그만두었다. 게임의 세계도 이럴진대 현실공간에, 심지어 오랜 역사가 축적되어 있는 장소 위로 새로운 질서를 계획하고 반영하고 사용자의 욕망을 만족시키며 도시를 운영하는 일은, 극강의 난이도일 수밖에 없겠다. 게임처럼 손쉽게 ‘리셋’할 수 없는 만큼 결정권자의 책임이 무겁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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