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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는 산적, 둘째 갈비…음식장만 ‘따로’ 명절상은 ‘함께’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ㆍ새로운 설 풍속 ‘포트럭’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김모씨(35)는 이번 설에 음식을 나눠서 준비하기로 했다. 며느리들이 모여서 시어머니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모두 직장생활을 해서 한날 한시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은 시어머니가 부치기로 했고, 갈비찜과 잡채 등은 동서와 나눠서 준비하기로 했다.

설 무렵이면 시어머니를 비롯해 며느리들이 밤늦도록 둘러앉아 음식을 장만하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출산 시기를 미루는 맞벌이 부부나 자녀를 분가시키고 노부부만 사는 2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 구성원이 단출해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명절상도 과거와는 달리 간소하게 차리는 추세다. 냄비째 데워먹기만 할 수 있도록 음식을 각자 장만해오는 가정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통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의 간편한 ‘포트럭’(Potluck·여러 사람이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는 식사) 문화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명절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큰아들은 산적과 생선, 둘째는 전 등을 준비하는 식으로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명절에 모이는 식이다. 

이런 풍속도는 주방용품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몇 십인 분의 음식을 해내야 했던 시절에 반드시 갖춰야 했던 큰 국솥이나 냄비는 이젠 더 이상 가정필수품이 아니다. 대신 음식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똑똑한’ 주방용품이나 그릇에 따로 담지 않고 상 위에 바로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는 형태의 제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주방용품업체 휘슬러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 김소현 과장은 “요즘 젊은 주부들은 크기는 작아도 사용이 간편하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가능한 주방용품을 선호하며 특히 명절을 앞두고 찜이나 볶음 요리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압력솥이나 냄비의 수요가 30% 이상 급증한다”고 말했다. 

 



명절 대표 음식인 갈비찜과 같은 복잡한 요리도 모든 식재료를 한번에 넣고 고온, 고압으로 조리하면 1시간 이내에 완성된다. 오븐은 물론 그릴과 전자레인지 등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일반 오븐보다 조리 시간을 최대 3배 빠르게 단축시켜주는 신제품도 인기다. 특히 조리 시간이 가장 긴 각종 전요리도 오븐을 이용해 구우면 프라이팬보다 훨씬 적은 양의 기름으로 여러 차례 뒤집을 필요 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부칠 수 있다. 나물을 비롯한 각종 볶음 요리는 웍(옆면이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는 형태의 냄비)을 사용하면 기름소비량이 일반 프라이팬의 10%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찜요리 시에는 별도로 찜기를 사용할 수 있다. 바닥이 두껍고 높이가 낮은 전골 냄비는 데운 후 바로 상에 올려놓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주방살림에 서툰 직장인 주부들을 위해 복잡한 명절 요리를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는 쿠킹클래스도 등장했다. 

최혜숙 쿠킹컨설턴트는 “집에서 각자 음식을 만들어 오는 가정이 늘면서 영양소 파괴 없이 음식을 데우는 법이나 다양한 명절 음식 종류에 적합한 주방용품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