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밥값의 ‘불편한 진실’

박찬일 | 음식 칼럼니스트



 

딸아이가 새 학기를 맞아 월간급식표를 받아왔다. 밥상을 보지 못했으니 급식의 질은 모르겠으나, 일단 서류상으로 본 것으로는 괜찮다. 여러 선생님들의 고민이 농축된 밥상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공품과 전통 음식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죽 훑어가니 한 끼당 ‘단가’가 나와 있다. 3880원이다. 올해 더 올랐다. 중학교 1, 2학년의 무상급식이 시작되어서 그렇다던가. 올랐지만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장을 봐서 상을 차려본 사람은 안다. 한 끼당 그 정도 돈은 들여야 명색이 밥상이 된다. 


(경향신문DB)



시중의 밥값에 생각이 미친다. 6000원 안팎이다. 동네마다 다르지만 그 정도다. 당신에게 묻는다. 가격불문하고 학교급식과 시중 백반 중에서 선택해서 먹으라고 한다면? 대개는 시중 백반을 고를 것이다. 학교급식은 대량으로 만들다보니 식당 백반에 맛을 비교할 바 아니기 때문이다. 반찬도 백반집이 훨씬 많다. 찌개에 5~6가지 반찬은 기본이다. 학교급식을 이렇게 해주려면 가격이 감당이 안될 것이다. 요는 시중 백반이 더 맛있고, 재료비가 더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비싸니까. 그러나 그게 당연하면 안된다. 




학교급식과 백반의 원가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학교급식의 3880원은 당연히 원가 수준이다. 학교는 이익을 남기는 집단이 아니다. 급식이란 국가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계획 아래 이루어진다. 학교급식 식당이 임차료 내는 것 봤나. 인건비도 훨씬 싸다. 대략 500명의 아이들이 식사한다고 해도 조리종사원은 10명 내외로 운영한다. 하루 100그릇을 파는 백반집이라면 다섯명 이상의 직원이 투입된다. 비교해보지 않아도 숫자가 잡힌다. 게다가 백반집의 6000원에는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손님 혼자서 식사해도 대개는 카드로 결제한다. 부가세 10%와 카드 수수료 3% 정도는 당연히 내야 한다. 심지어 카드결제기 회사에도 수수료를 낸다. 6000원짜리 밥값에서 실제 주인이 손에 쥐는 돈은 5000원 정도다. 월세 내고 인건비 주고 각종 공과금과 세금, 연료비를 빼면 재료비는 얼마일까. 식당에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재료비는 40%를 넘으면 안된다. 대개는 30% 선에서 결정된다. 그러면 5000원의 30%, 즉 1500원 정도가 재료비다. 여기서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학교급식의 재료비는 일반 식당의 두 배 수준을 쓴다. 그런데 식당 백반이 더 다채롭고 풍성하며 맛있다는 사실이다. 왜 상식을 거스르는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식당업은 무한경쟁에 몰려 있다. 가격 1000원에 손님 숫자가 왔다갔다 한다. 함부로 올릴 수가 없다. 백반 한 상에 6000원으로는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 버겁다. 식당은 망해가는데 월세는 절대 내려가는 법이 없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결국 재료비를 쥐어짜야 한다. 재활용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위생적으로 부엌을 운영하기도 힘들다. 재료 좋은 거 쓰고, 위생비용 제대로 쓰면 현실적으로 밥값은 1만원을 받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더 싸게 먹고 싶은 우리의 마음과 식당업의 현실은 이렇게 큰 간극이 있다. 오늘 점심상에 오른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무한리필되는 반찬의 아우성을 들어볼 일이다. 우리는 무얼 먹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