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스타 셰프

후배 요리사는 이른바 ‘스타 셰프’다. 그에게 찾아오거나, 메일을 보내는 청소년들이 있다고 한다. 질문이 다양하다. 조리법을 묻는 고전적인 내용도 있고 요리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묻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그가 답답해하는 질문도 있었다. 스타 셰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요, 방송에 나오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죠? 이런 것들이다. 나도 똑같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스타 셰프가 어디 있어요? 연예인이 있는 거지.”
 
관련된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때 연예인 지망생이 늘면서 관련 기사가 나오고, 사회적 논란이 거듭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연예인 지망 열풍을 취재한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100명 중의 1명이 연습생이 되고, 다시 10명 중의 1명이 데뷔하며, 그 후에도 고작 900㎉의 열량을 공급받으며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연예인은 본디 그 개념이 ‘스타’이니 토양부터 요리사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최근의 요리사 열풍은 연예인의 그것에 버금간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얘기를 친한 지인 요리사에게 듣는 형국이다. 광고 섭외가 쏟아지고, 거리에 나가면 사인 요구에 길을 갈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어떤 직업군이 이처럼 벼락처럼 스타덤에 오른 경우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최초의 일인 듯하다. 나는 이런 열풍은 제법 오래 가리라고 생각한다. 방송인 스스로 털어놓듯 가장 쉽게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황금광맥을 놔줄 리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인기가 높아지면 그 내면의 부조리가 노출되곤 한다. 한때 채널만 돌리면 독특한 억양의 성우가 해설하는 식당 소개 프로그램이 쏟아지곤 했다. 이런 인기의 와중에 폭로가 터졌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에 대한 기사도 뒤를 이었다. 그 무렵 한 프로듀서는 내게 이렇게 제안한 적이 있다. “진짜 내용 있고 맛있는 식당만 취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봅시다.” 과거에 어떻게 식당을 선정하고 방송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 셰프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잡음이 벌써 들리고 있다. 요리 수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셰프가 나왔다고 해서 장안의 온갖 매체가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개인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에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건 난센스이지만, 기실 그런 배경은 우리 시청자의 수준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시청률이 나오는 포맷을 끌고 간다. 그것이 흥행이다. 시청자들은 소비하고, 미디어는 화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헐뜯고 논란을 확대재생산한다. 2015년 여름, 대한민국의 요리와 요리사를 둘러싼 한바탕의 소극이다. 식당은 줄어든 손님들 때문에 요리사들이 넋을 놓고 있고. 채널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요리를 클로즈업하고 요리사들을 소극의 한복판으로 내몰고 있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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