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코로나, 식탁을 바꾸다

집밥이 물릴 때 가는, 집 근처 음식점이 있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30년 된 동네 칼국숫집이다.

 

주로 나는 비빔밥을 먹는다. 비빔밥에 호박·당근 같은 채소를 잔뜩 넣어주는 데다 곁들여주는 시래기된장국이 구수하다. 보쌈과 족발도 맛있고 ‘칼국수 반’을 파는 융통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두세 번 갔을 때 이미 나를 기억하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인정에 끌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금요일 저녁에 가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배달앱 서비스 탓이다. 카운터에서 쉬지 않고 전자 알림음이 들릴 만큼 주문이 몰렸다. 지켜보니 족발 1인분(1만8000원)이 가장 잘 나갔다. 이 메뉴는 온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

 

“우린 할머니들이라 배달이 힘들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들께 새로운 일에 도전한 이유를 물어봤다. 우선 매출이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배달앱을 쓴다고 했다. 두 번째는 트렌드였다. 정보기술(IT)에 다소 둔감한 노령층이지만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현재 배달이 매출의 10~20% 정도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음식을 바꾸고 있다. 태풍의 눈은 온라인(모바일) 음식 배달 서비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우리나라 모바일 배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7.7%나 증가했다. 배달앱은 야식·간식이 아니라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이 됐다. 10명 중 3명은 출출할 때 냉장고보다는 스마트폰을 켠 뒤 메뉴나 음식점을 결정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코로나 세상’에서 배달앱은 ‘편리함’에 이어 ‘안전함’이라는 이미지까지 획득했다.

 

한계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 조사를 보면 배달음식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부정(34%)이 긍정(3%)보다 많다(8월 3주차 기준). ‘맛있다’라는 연관어는 1%에 그쳤다. 반면 맛집에 대한 연관어는 82%가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자는 언제든 오프라인 맛집으로 뛰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이 격차를 좁히는 것은 관련 업계의 숙제다. 나의 단골 칼국숫집 같은 동네 맛집을 가맹점에 포함시키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즐기는 7000원짜리 비빔밥은 메뉴에 없다. 아마 단가 탓일 것이다.

 

배달음식 대신 직접 요리하는 사람도 늘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로컬푸드를 더 먹는다는 이점도 있다. 손수 요리를 하는 트렌드 역시 온라인과 연결돼 있다. 신선식품 온라인 주문도 배달음식만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에서 온·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오프라인의 맛과 영양은 온라인의 효율과 재미와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앞으로 음식은 조리학과 영양학 전공자가 아니라 경영학과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만들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이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로 우리 식탁은 좋든 싫든 변곡점을 찍을 것이다. 마치 중세 페스트 이후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피시 앤 칩스’와 바게트같이 새로운 음식이 식탁에 올라왔던 것처럼 말이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