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용재의 건축과 음식 사이

통큰 치킨과 비뚤어진 치킨 사랑


치킨 때문에 장안이 떠들썩하다. 나라를 다스리시는 분까지 한마디 하실 정도니, 이만하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치킨의 원가에서부터 유통, 기타 온갖 잡다한 문제들은 벌써 많은 매체에서 다뤘으므로 딱히 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나라를 다스리시는 분까지 들먹이는 화제가 아닌가. 그러나 의외로, 그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음식으로서의 치킨에 대한 가치나 그에 얽힌 사항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은 본말이 전도된 것처럼 보인다.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맛’이 중심요소인데, 이 끝도 없는 치킨 논쟁에서 맛에 대한 부분은 쏙 빠져있다. 치킨을 사서는 껍데기만 뜯어 먹고 살은 버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치킨에 대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을 정리해보았다.

1. 왜 ‘치킨’인가?
사람들은 닭을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고기’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주는, ‘한 마리의 온전함’이라는 느낌도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왠지 ‘통’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면 풍요로운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러나 통닭을 제외하면 다른 고기는 쉽게 통으로 접하기 어렵다. ‘통돼지’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통소? 감히 ‘통’자를 붙이기조차 두렵다. 붙여봐야 어색한 느낌만 가득하다. 그러나 ‘통닭’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실 먹을 게 얼마 되지도 않는데 풍요로운 느낌이 든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인기가 있는 닭이지만 튀긴 닭, 즉 ‘프라이드치킨’이 특히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바로 그 조리 방법 때문이다. 튀겼기 때문이다. 닭 고유의 생물학적 ‘구조’ 때문에 토막을 내서 조리하기도 쉽다. 튀김 옷 덕분에 양도 살짝 많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돼지나 쇠고기를 튀기려면 그에 맞는 부위를 골라야 하는데, 닭은 그럴 필요도 없다. 게다가 그 두 고기는 닭고기만큼의 크기로 튀기기도 어렵다. 그렇게 튀긴 닭은 젓가락이 아닌, 손으로 쥐고 먹기 딱 좋은 크기가 된다. 어째 음식을 좀 먹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2. 왜 ‘튀김’인가? 
사실 튀김이라는 조리 방법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옷을 입혀 뜨거운 튀김에 살짝 익히면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남아 있다. 기름기가 많지 않은 닭고기는 튀기기게 제격이다. 튀김 재료는 무조건 지방이 적은 것을 써야만 한다. 탕수육도 기름기가 많은 재료를 튀기면 기름이 녹아 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안심과 같이 기름기 적은 재료를 쓰는 것이다. ‘피시 앤 칩스’도 마찬가지다. 기름기가 적은 대구와 같은 생선으로 튀겨야 된다. 연어와 같은 생선은 맛있지만 튀김 재료로는 불합격이다.

문제는 이렇게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리방법인 튀김이 재료를 아예 망쳐버리는 경우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예전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슷한 크기로 토막을 쳤다고 해도 가슴살과 다릿살은 익는 정도가 다르다. 모두가 퍽퍽하다고 싫어하는 가슴살은 사실 잘만 익히면 그렇게 퍽퍽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주의를 기울여서 튀기는 곳은 경험상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3. 닭은 멀쩡한가?
이렇게 닭이 퍽퍽해지는 건 사실 닭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닭을 찾는 소비자의 인식이 문제이다. 우리가 먹는 닭은 정말 너무 작다. 1kg을 넘기면 너무 오래 산 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사실 닭의 자연 수명은 10년이다. 닭도 강산이 변하는 걸 적어도 한 번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닭이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길어야 6주 정도를 살기 때문이다. 그보다 오래 된 닭은 살이 질겨질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드러운 살을 먹기 위해 닭을 그렇게 일찍 잡으면서도 결국 조리를 잘못해서 퍽퍽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닭이라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채 맛도 들기 전에 잡아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완전히 뻣뻣해질 때까지 튀겨 그 없는 맛까지 빼앗아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닭의 사육 환경이 어떤가까지 논하면 골치가 아파지므로 일단은 넘어가겠다. 사람들이 딱히 모르는 현실이 아니기도 하다. 

4. 품질관리와 그 밖의 문제
강원도 삼척에 줄을 서서 사다가 먹는다는 닭강정집이 있다. 매장에 가보니 내가 생각한 닭강정-옷을 입히지 않고 닭을 튀긴 다음 간장 바탕의 양념에 조리는-과는 조금 달랐다. 그저 양념치킨처럼 보였다. 어쨌든, 몇 번이나 근처를 지나가면서 사먹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마지막에 가게 앞에 쌓인 ‘치킨 파우더’ 상자를 보고서는 남아 있던 미련을 깨끗하게 접었다. 수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는 치킨 파우더는 일종의 튀김가루이다. 물을 타면 튀김옷이 된다. 치킨 파우더 자체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택배로 전국구 장사까지 한다는 집이 스스로 원하는 맛에 대한 고민도 없이 기성품을 써서 튀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난센스로 다가왔다(게다가 뭐 자랑할 일이라고 그걸 가게 앞에 수북하게 쌓아놓나? 센스도 빵점이다). 튀김 또는 부침가루는 사실 밀가루와 기타 양념을 섞어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기성품은 거기에 첨가물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싼 음식은 비싼 값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본은 재료나 음식을 잘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력이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음식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 이제는 교회나 약국만큼 많은 치킨집들이 과연 어떠한 노하우로 품질관리며 차별화를 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이런저런 말들은 많이 하는데, 길거리를 다니다가 맡는 냄새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똑같다. 기름 냄새를 타고 흘러나오는 ‘씨즈닝’의 냄새이다. 공장에서 만들어 팩에 담겨 나오는 무에는 사카린과 같은 첨가물이 들어있다. 뭔가 특별한 기름에 튀긴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늘 하는 얘기라 하면서도 입이 아픈데, 가격, 가격, 그리고 가격이 문제다. 사람들이 ‘통큰치킨’을 줄서서 기다리며 샀던 이유도 바로 가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식에 관한 논의를 보면, 대체 맛이라는 것이 어때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언제나 그 부분만 쏙 빠져있다. 통큰치킨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가 가격이라는 이유는 굳이 할 필요조차도 없다. 문제는 그 가격이 전부라는 것이다. 5,000원짜리라도 맛이 없으면 사먹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오천 원짜리 치킨에 목을 매는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도 하지만 정말 치킨이 그렇게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현실 자체가 이해 안 되는 구석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쉴 새 없이 배달 오토바이들이 오가는데, 대부분이 치킨집의 것이다. 식생활에서 가장 무섭고 또 빠지기 쉬운 늪이 바로 ‘질 보다 양’인데, 우리는 벌써 목까지 그 늪에 빠져 간신히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전해 내려오는데 차라리 비지떡이 낫지 않을까 싶다. 싼 거 좋아하면 스스로도 싸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걸 몰라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해를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족을 달아 놓자면 비싼 치킨이 싼 치킨보다 좋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치킨 사랑에는 비뚤어진 구석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