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흔들리며 웃는 꽃

이일훈 | 건축가




 

갈등이란 ‘견해·주장·이해 등이 뒤엉킨 반목·불신·대립·충돌’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불화·번민·혼란·혼돈·다툼과 불통은 칡(葛)과 등나무(藤)의 습성을 빼닮았다. 칡은 시계바늘과 반대로 도는 왼쪽감기로 자라고 등나무는 오른쪽감기를 하니 둘이 엉키면 풀기가 어렵다. 하지만 감는 방향이 다르다고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습성은 다르되 조화를 이루는 식물이 얼마나 많은가. 풀리지 않는 갈등의 결정적 이유는 서로의 방향 다름보다 각각의 줄기가 자랄수록 자신만을 키우며 굵어지고, 자신만을 지키려 점점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부드러워 보이는 곡선의 넝쿨도 경직되면 돌과 같다. 반대로 휘청거리는 갈대나 억새의 줄기는 곧아 보이지만 유연하다.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갈대에 비유하는데 실은 여자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생각하는 갈대’이니 흔들리는 생각이야말로 사람의 특권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질문일 것이리라. 새로운 생각을 원할수록 부지런히 흔들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더 먼저 일어’나고, ‘늦게 울’면 ‘바람보다 먼저 웃’는 세상에 닿으리라.


삭풍과 뒹굴던 억새꽃에 햇살이 비추니 금꽃이 되더라. 봄과 같이 스러지면서도 갈등이 없고 흔들릴수록 중심은 깊어지고 빛은 고와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