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 전 한은총재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다. 나는 나를 무한히 용서하고 사랑한다. 나는 나를 속이는 일도 없다. 사람이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의 사랑을 일심동체라고 말한다. 자식의 부모 사랑도 마찬가지다. 분신(分身)인 자식이 부모를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의 아픔은 나의 아픔, 부모의 기쁨은 나의 기쁨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의 사랑을 일심동체라고 말한다. 자식의 부모 사랑도 마찬가지다. 분신(分身)인 자식이 부모를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의 아픔은 나의 아픔, 부모의 기쁨은 나의 기쁨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것은 부모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를 위한 것이다. 효도한다는 것은 부모를 통해서 나의 행복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긍지와 행복이 있다. 이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어느 땐가 후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러한 후회가 있다.
<경향신문 DB>
나는 농촌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오랜 투병 끝에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아버지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농사일과 집안 일에 찌든 고생을 하셨다. 새벽에 일어나 보리방아 찧어 놓고 낮에는 논과 밭에서 농사일을 하시고 저녁이면 길쌈을 하셨다. 그렇게 짠 옷감으로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옷을 지어입고 다녔다. 내 학비를 마련한다고 콩·깨·고추 등을 머리에 이고 십리가 넘는 김제장에 다니셨다.
어머니는 아흔이 넘도록 비교적 장수하셔서 나는 대학졸업 후 서울로 모셔와 20여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어머니를 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모시지 못했다. 다정다감한 사랑을 드리지도 못했다. 나는 어머니를 자상하게 챙기고 따뜻한 얘기를 나누는 아들이 아니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었다. 나는 마음도 표현도 부족했다. 어머니에게 나는 냉랭한 아들로 비쳤을 것이다. 이것은 내 성격의 탓도 있지만 노력도 부족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늘 내가 곁에만 있으면 좋아하셨다. 그리고 식사 때가 되면 빠짐없이 식탁에 땀수건을 준비하셨다. 내가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불효에 대해 한 번도 꾸짖거나 불평하신 일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식탁에 그 땀수건이 없어졌다.
내가 자랄 때 우리 집에는 두 그루의 감나무가 있었다. 나는 떨어진 감을 주워 먹기 위해 자고 나면 감나무에 달려가곤 했다. 그런데 한번은 아주 잘 익은 감이 개똥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꺼림칙해서 먹을 수가 없고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결국 어머니에게 드린 일이 있다.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부모의 자식사랑과 자식의 부모사랑은 이렇게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부모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내가 커서도 개똥 옆의 감을 드린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한 후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다.
나는 지금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들을 내 서재에 두고 있다. 다듬이와 방망이, 입으시던 옷, 길쌈하시던 도구들, 다리미와 인두, 비녀와 틀니, 돈주머니와 주민증, 사망진단서 등이다. 이러한 유품들을 볼 때마다 “좀 더 잘 모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되새긴다.
요즘 형제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다투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다. 참다운 삶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서로 모시겠다고 다투어야 할 일 아닌가. 그러한 사람들도 자기 자식들에게는 온갖 정성을 쏟을 것인데 그 자녀들에게 부모에게는 어떻게 하라고 가르칠 것인지 묻고 싶다. 부모에 대한 사랑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부모나 자식보다도 모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유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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