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미배의 Music Story

[New York Music Guide] 뉴욕 공연 예술의 중심 링컨 센터 (Lincoln Center) -1-

뉴욕에서 음악회를 보고 싶다면, 제일 먼저 체크해 봐야 할 장소가 바로 링컨 센터다. 사실 링컨 센터는 클래식 음악만을 위한 장소라기 보다,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아우르는 복합 공연 예술 컴플렉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건 뉴욕에서 클래식 음악 공연이 가장 많이 펼쳐지고 있는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링컨 센터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링컨 센터는 카네기홀에 비하면 그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5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 규모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 한 규모다. 카네기홀을 서울의 세종문화회관에 비한다면, 링컨 센터는 예술의 전당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다양한 공연 예술들을 위해 특화된 공연장들과 상주하고 있는 예술 관련 기구들의 성격이 예술의 전당과 많이 닮아 있다. 아니, 반대로 예술의 전당이 분명 링컨 센터의 구조와 구성을 모델로 삼아 지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링컨센터의 50여년 역사를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곳 http://new.lincolncenter.org/live/lpca_timeline/beyond.php

링컨 센터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upper westside)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계속 전체 컴플렉스의 위치가 인근으로 확장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주요 공연장들과 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브로드웨이 선상의 62가부터 66사가 사이. 지하철 1번 라인, 66 St-Lincoln Center 역에서 내리면 바로 링컨 센터의 앞이다. 

 


오늘 이야기 할 주요 건물들이 위치한 곳은 62가부터 65가 사이. 66가 지하철 역에서 내려 스트리트 숫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이런 글씨가 나온다.



이런 간판(?)이 설치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링컨 센터의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던 2009년 이래로 이 일대에는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 진행이 되어왔는데, 작년 가을 무렵부터 링컨 센터 플라자라 불리는 이 광장의 외관이 많이 달라졌다. 중앙에는 다양한 모양새로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가 설치되었고, 계단 사이 사이에도 링컨 센터에서 벌어지는 공연들에 대한 안내가 가능한 작은 전광판들이 설치되었다.
(계단 사이 사이에 희끗 희끗 보이는 것들이 바로 공연을 알리는 문자들.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작은 공간도 홍보에 이용하려한 시도가 느껴지지만, 사실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다. 좀 산만한 느낌)


어쨌건 이 정면의 계단을 올라가면 세 개의 건물이 눈에 보인다. 오른 쪽이 애버리 피셔 홀(Avery Fisher Hall), 왼쪽이 데이빗 코흐 극장(David H. Koch Theater), 그리고 정면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litan Opera). 세 개의 굵직한 공연장들이 서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아무래도 오른 편의 애버리 피셔 홀 (위 사진). 이 곳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로 연주하는 공연장이다. 그야말로 오케스트라 음악을 위한 전용 홀. 가끔씩 뉴욕 필 이외의 외부 오케스트라들의 공연도 이루어지만, 뉴욕필의 홈 스테이지다 보니, 건물 안에는 뉴욕필의 역사와 명성을 일군 거장 지휘자들의 사진들과 그들의 친필기록들, 악보들의 일부가 잘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뉴욕필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www.nyphil.org 에서 공연 일정을 체크해볼 수 있다. 가끔씩 예매단계에서도 학생할인(student promo)이 되는 공연이 있고, 공연 당일에 학생할인 여부가 확인 가능한 공연들이 있다. 이 또한 여의치 않을 땐, 오픈 리허설(open rehearsal) 일정을 확인해 보자. 아침 10시 경에 시작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학생이나 무직자, 여행객만이 가능한 시간...-.-) 저렴한 가격에, 평상복을 한 지휘자와 단원들의 리허설 무대를 지켜볼 수 있다. 워낙 프로들이다 보니, 리허설일지라도 공식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연주를 들려준다.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전면에 보이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악가들의 무대이다. 오페라 시즌이 주로 9월 말에 시작되어 5월 중순까지 가게 되는데, 한 시즌에 공연되는 오페라가 대략 30여 개. 일요일에는 공연이 없고, 토요일에는 낮 공연과 저녁 공연, 두 개의 공연이 잡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대 세팅이 이 많은 다양한 오페라 공연에 맞게 바로바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에도 이곳에서 공연했던 오페라 스타들의 사진들이 멋있게 전시되어 있다.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건물 양 옆의 유리창을 통해 그림이 보이는데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창이 빨간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긴 하다. 왼쪽에 보이는 유리창을 통해서는 약간 그림이 보임) 이것이 샤갈의 작품 "The Triumph of Music"이라고 한다. 미술을 전공한 친구와 이곳에서 만날 약속을 하는데, "메트 오페라로 와"라고 하니 링컨센터에 있는 여러 건물들 중 어떤 건물인지 헷갈려 하더니만, "아 그 샤갈 그림 걸려있는 극장!" 하면서 알아들었다. 건물 양쪽 끝 창 속으로 보이는 샤갈의 그림 두 점이 주요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오페라를 보려면, www.metopera.org 에 들어가 공연 일정들을 체크해 보고, 오페라를 고르면 된다. 이만하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 할 만 하지만, 볼만한 화제의 오페라 공연들이 너무 많아서 몇 가지만을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 그리고 좋은 공연들은 미리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하는 공연은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티켓의 가격은 제일 싼 패밀리 서클의 스탠딩 룸 티켓부터 제일 비싼 오케스트라석 (객석 1층) 티켓까지 다양한 초이스가 있다. 개인적으로 측면 자리는 피하라 권하고 싶고 (오페라 공연이 보통 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 긴 시간동안 고개를 무대 쪽으로 향하고 있다 보면 무척이나 목이 피곤해 진다.) 저렴하게 보기 위해 스탠딩 룸 (서서 보는 자리-서서보는 자리도 그 공간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을 택할지라도 오케스트라 스탠딩 룸 (객석 1층의 맨 뒤에 위치한 입석)은 가능하면 피하시라 권하고 싶다.
극장 객석의 맨 윗층, 패밀리 서클에 있는 스탠딩룸보다 1층이라는 이유로 가격은 더 비싸지만, 윗층 객석이 시야를 가리는 극장의 구조상 무대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스탠딩 룸 또한 두 줄이라, 운이 좋아 첫 번째 줄 티켓을 사게되지 않는다면, 앞 줄에 서 있는 다른 관객의 뒷통수만 보다가 나오게될 확률도 높다. 때때로 학생 할인 티켓이 뜨기도 하는데, 학생 티켓이 있는지 여부는 공연 당일 오전에 박스 오피스에 확인해야 한다. 가장 저렴하게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방법은 가능한 한 평일 공연을 택하고, 평일 공연에 제공되는 Rush Ticket에 도전해 보는 것. 선착순으로 하루에 200장까지, 오케스트라석을 20불에 판다.
판매 자체는 공연보다 2시간 전에 시작되는데, 선착순이다 보니 줄이 보통 11시경부터 형성되기 시작. 극장의 지하에 이 Rush Ticket을 위한 줄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주말에도 Rush Ticket이 있긴 한데, 이건 추첨에 의해 당첨된 사람만이 구매할 수 있다. 이 주말 Rush Ticket에 도전하려면 그 주 월요일부터 메트 홈페이지를 들락거려줘야 한다. 

(http://www.metoperafamily.org/metopera/contests/drawing/index.aspx)

오페라 시즌이 끝나는 봄에는 이 극장에서 ABT (American Ballet Theatre)의 공연이 이어지게 된다. 미국 국립 발레단이라고 보면될 듯. 최고의 무용수들, 최고의 프로덕션에 의해 이루어진 발레 공연을 맛볼 수 있다. 발레가 클래식 음악과 제일 깊은 연관이 있는 공연 예술 중 하나이니, 발레를 보면 눈이 즐거울 뿐 만 아니라 귀도 즐겁다.      



그러나, ABT보다 뉴욕의 발레를 대표하는 발레단을 꼽는다면 뉴욕 시티 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을 꼽을 수 있겠다. 바로 Avery Fisher Hall의 맞은 편, Met Opera 극장의 옆에 위치하고 있는 데이빗 코흐 극장(David H. Koch Theater)이 바로 시티 발레단이 상주하고 있는 극장 (위 사진).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바로 이 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나로 연기한다.)
이 극장은 시티 발레단의 공연을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시티 발레의 시즌이 아닐 때는 시티 오페라의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유사하지만, 주요 용도가 서로 바뀌어 있는 형태.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오페라 공연 위주로 사용이 되고 시즌이 아닐 때 ABT의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반면, 이 극장은 주요 공연 시즌(겨울)에는 주로 발레 공연을 위해 사용되고, 비 시즌에 오페라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뉴욕 시티 발레단의 홈이다 보니,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과거 뉴욕을 빛낸 유명한 무용가들의 공연을 담은 멋진 예술사진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다. 겨울철에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발레들이 뉴욕 크리스마스 시즌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1930년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이 이 발레단을 이끈 이래로 발전한 현대 발레 작품들이 시티 발레의 강점인 듯 하다.          

극장이 무용공연 위주로 만들어져서 무대 양쪽으로의 폭이 넓고, 무대와 객석 맨 뒤 사이가 다른 극장에 비해 더 좁아서 음악공연장으로서는 음향적으로 다소 불리한 설계이지만, 오페라 공연이 이루어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시티 오페라의 프로덕션이 메트 오페라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메트에서 하지 않는 실험적인 오페라들도 시티 오페라에 의해 공연이 되고, 메트 오페라에서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메트 오페라가 전 세계의 극장에서 상영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메트 오페라 하우스 앞에도, 시즌이 시작될 무렵 위의 사진처럼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오페라의 시즌 첫 공연을 스크린으로 생중계하기 위해서다.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공연 예술은 실황으로 마주했을 때 더욱 그 감동이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건 테크놀로지가 예술의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처럼 큰 경기장에서 대규모의 관객들을 모아놓고 하는 오페라 공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실황이기는 하지만, 야외에서 앰프를 통해 확성되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음향적인 테크놀로지가 발달을 할지라도, 이런 형태의 집단 체험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데에 얼마나 적합한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젠가, 오페라를 좋아하는 한 미국 친구가 함께 애버리 피셔 홀에서 있던 공연을 보고 나서는 2층 발코니에서 전면과 측면에 보이는 다른 두 건물들(메트 오페라와 시티 발레 극장)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시도해봄직 한 공연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바로 이 세 건물 자체를 공연 무대로 삼는 오페라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건물 안의 무대가 무대가 아닌, 건물 자체가 무대가 되는 대규모의 공연. 서로 마주보고 있는 시티 발레 극장의 발코니와 애버리 피셔 홀의 발코니에 합창단을 위치하게 하고, 메트 오페라 극장 쪽을 무대 전면으로 삼아 그 곳에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들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글쎄...' 마이크나 앰프 설치 처럼 기계적인 도움이 너무나 많이 요구되는 대규모 야외 공연에 다소 못마땅해하던 터라 적극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뉴욕 공연 예술의 메카인 링컨 센터의 세 주요 건물들을 공연의 스테이지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참 재미있게 들렸다. 공연장 건물이 공연장이 되는 트랜스포메이션. 자신이 그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나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친구는 이런 기획을 할 행정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고 꿈꾸는 것이 좌절되지 않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그리고 뉴욕이 예술적으로 풍성한 도시가 되도록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언젠가 이런 공연을 보게 된다면, 그 때도 객석은 이렇게 (아래 그림처럼)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