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미배의 Music Story

[New York Music Guide] [뉴욕 음악관람의 준비운동] 카네기 홀 찾아가기

수년 전 부모님들이 뉴욕에 오셨을 때, 짧은 시간 내에 뉴욕의 지리를 익히게 해드리겠다는 일념에 도착 첫날 2층 관광버스를 타고 맨해튼을 돌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지도를 펼쳐놓고는 아버지가 젤 좋아하시는 바둑(판)에 빗대어 뉴욕의 지리를 설명했다.


"아빠, 맨해튼은 딱 바둑판이에요. 가로줄은 스트리트인데 위에서 아래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숫자가 줄어들어요. 세로줄은 애비뉴인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요. 그런데, 이 중에 사선으로 브로드웨이란 게 애비뉴들을 가로질러 지나가구요, 가로줄이 10번 스트리트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숫자로 붙던 스트리트 명칭이 사라지고 스트리트마다 제각각 이름이 붙게 되요." 


이미 2층버스를 타고 현장실습(?)도 했겠다, 아버지 입맛에 맞게 바둑판의 비유도 사용했겠다, 나는 뉴욕 지리의 핵심 정보를 이렇게도 짧고 간략하고 쉽게 설명한 나 자신에 대해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버지가 던지신 한 마디.

"글쎄 그게 너한테나 바둑판이지, 우리같이 처음 여기 온 사람이 동서남북 자체가 분간이 안 가는데, 스트리트인지 애비뉴인지를 알고 있는 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지도로 알고 있는 들 찾아갈 수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냐?"

"그래서 어떤 분들은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살펴 동서남북을 구분하신다는 분들도 더러 있긴 하더라구요......" ^^;;;

그러나 나 또한 이 방식-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살피기-을 적용해 지리를 찾아본 적이 없고, 사방이 빌딩숲인 맨해튼에서 해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큰 지도를 머리 속에 그려드린 후, 세부적인 탐사로 이끌고자 했던 나의 안내 방식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맨하탄 중심부의 지도>

가로줄 세로줄이 있는 바둑판...가로줄은 스트리트, 세로줄은 애비뉴라구요...ㅠ ㅠ

 


<뉴욕 음악 가이드>라는 포스팅을 생각하면서,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지도를 먼저 펼치기보다는 해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한 지점에서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바로 위에 지도를 펼쳐놨군요....-.-)
그 지점을 카네기홀이라 해야할지, 링컨센터라 해야할지 잠시의 망설임이 있었으나, 오늘은 일단 지리상 맨해튼의 그야말로 정중앙에 위치한 카네기홀로 잡아두기로 한다.
(위 지도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

TIP 1. 괜찮은 음악회를 관람하고 싶다면, 우선은 뉴욕 음악공연의 양대산맥 카네기홀 (www.carnegiehall.org)과 링컨센터(www.lincolncenter.org)의 홈페이지를 체크해서 공연 스케줄들을 확인해 보는 것이 제 1 과제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대부분 가능하지만, 온라인 예약의 경우 자잘한 수수료가 따라붙는 단점이 있다. 티켓의 구매 방법에 관해서는 차후에 따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카네기홀은 57가 (스트리트)와 7번가 (애비뉴)가 만나는 코너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노란 라인 (N, R, Q)를 이용하는 것이 이곳에 오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57th Street 역 하차 (뉴욕의 지하철은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여기서 내리면 근처에 중요한 건물 있다'는 표시도 안 되어있고, 안내방송도 절대 안 해준다. 그것이 카네기홀일 지라도...)

<밖에서 바라본 57 Street 지하철 역>


카네기홀은 이 역과 사실상 붙어있다. (사진의 왼쪽면이 카네기홀 건물) 카네기홀도 리노베이션 공사중인지, 건물 주변에 scaffolding(비계)이 엄청나게 설치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플랫폼에서 계단 위로 올라와 두리번거리면, 음악가들 얼굴들이 새겨진 타일 벽화가 보인다.  그 벽화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난 출입구로 나가야 한다.


 

이전 포스팅에 이 역에 설치된 그림 속 인물을 맞춰보시라고 문제를 냈었는데, 어쨌든 맞춰보려 시도해주신 분은 윤기자님 한 분 (상품이라도 내걸었어야 했나보다 ^^).

음악사 공부 좀 했다는 나도 처음에 한 눈에 알아본 인물은 둘 뿐이었다. 비틀즈와 번스타인. 왼쪽 상단의 붉은 머리 4인방이 비틀즈이고, 오른쪽 상단 그림의 지휘자가 뉴욕 음악계의 독보적인 존재, 레너드 번스타인이다(카라얀의 사진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흰 머리의 지휘하는 사람은 대략 카라얀 같아 보인다.).

음악가가 아닌데 익숙한 얼굴이 등장해서 다소 갸우뚱했던 이미지가 바로 흑인 인권운동의 선구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전혀 감이 안 잡혔던 얼굴이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레노어 루즈벨트, 그리고 흑인 성악가 마리앤 앤더슨이다.

사실 전혀 감이 안 잡혔던 이 두 명 여성의 정체는 약간의 인터넷 검색으로 밝혀낼 수 있었으나, 가장 시선을 끄는 맨 왼쪽의 얼굴....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이분...젊은 시절의 차이코프스키였다.
나이든 차이코프스키의 초상화가 조금 더 익숙하다.
차이코프스키는 1891년 카네기홀의 공식 개관기념 음악회에서 지휘를 맡았을 정도로 카네기홀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커다란 차이코프스키 얼굴에 이끌리지 말고, 번스타인이 보이는 쪽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57가와 7번가 코너가 나온다. 바로 정면은 카네기홀 안에 있는 Zankel Hall 입구 ('예술의 전당'의 리사이틀홀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주로 독주나 실내악 공연이 이루어진다.)

지하철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카네기홀 공연 포스터 게시판>

<Zankel Hall 입구>


뒤를 돌아 코너를 끼고 돌면 카네기홀의 가장 큰 홀, Stern Auditorium의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Stern Auditorium의 입구를 지나쳐 더 몇 걸음 더 가면 Zankel Hall보다는 그 규모가 아담한 Weill Hall 입구가 있다. 건물이 지하철역과 너무나 인접해 있어서,  그 위치에서는 이 건물이 그 유명하고 멋진 카네기홀 건물인지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scaffolding의 압박까지... 나름 외관을 고려하여 카네기홀의 색깔인 빨간색으로 파이프기둥들을 설치해놨으나, 사실 시야를 많이 가린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 기둥에는 이 건물이 세워진 해 1890년이 새겨져 있고, 그 밖에 이 곳이 유적으로 지정되었다는 표시, 카네기홀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진 여러가지의 현판이 부착되어있다.

 

<Stern Auditorium 입구>
이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박스오피스가 보인다.

박스 오피스의 업무시간은 월-토 11시-6시/일 12시-6시
공연이 있는 날은 저녁에도 계속해서 열려있고, 공연 시작 이후 1시간 반 후에 문을 닫는다.

 

<길 건너에서 바라본 카네기홀>


한 블럭을 차지하고 있는 매우 큰 건물이다. 공연이 주로 저녁시간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일부러 지나치지 않는 이상) 사실 이렇게 해가 밝은 시간에 건물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워낙 오래되고 역사가 서려있는 건물이기에, 음악회를 보러가려는 목적 이외에도 낮시간에 유적지 관광 삼아 이 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실제로 카네기홀에서는 평일에는 하루 네 번, 토요일에는 두 번, 일요일에는 한 번 "카네기홀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투어를 위한 티켓은 별도 구매해야함).  

카네기홀 '찾아가기'는 여기까지. 다음 편은 카네기홀 '속 들여다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