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미배의 Music Story

[New York Music Guide] Prelude: 뉴욕 음악 가이드를 시작하며

내가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고려하던 시기, 앞날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던 나에게 대학시절 은사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었다.

"네가 뉴욕 같은 대도시에 가서 1년만 살다온다 해도, 그곳에서 겪은 많은 경험이 너의 앞날에 큰 밑거름이 될 거야. 그런 대도시에 있으면 글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질테니까..."

그 말씀에 용기를 내어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냈고, 정말 운좋게도, 내가 제일 가고 싶어했던 뉴욕의 학교에서 입학허가가 났다. 그리고, 정말 1년만이라도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뉴욕으로 떠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유학생활은 어느덧 7년을 넘어서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그간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변화한 나의 모습들을 되짚어 보다 보면, 그때 은사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새삼 깨닿게 된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만큼, 글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정말 많아졌다.

하지만, '뉴욕'에 대해 무언가 써야겠다 생각하면 막상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일단은 '뉴욕'에 관련된 여행 안내 책자며, 블로그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참 많다. 굳이 나까지 또 하나의 가이드를 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가 있음을 최근에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살면 살수록 더욱 내가 이곳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10년을 넘게 뉴욕에서 산 선배가, '어떤 면에 대해서는', 오히려 갓 유학온 후배보다 모르는 게 많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래, 이제 이곳에서 살 만큼 살았고, 알만큼 알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보면, 그건 정말 서양음악을 공부하는 나의 시각에서 알고 있는 정보들일 뿐, 용광로(melting pot)이라 불리는 이 대도시의 다양한 모습들, 그 안에 담긴 의미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곳에 나도 '뉴욕'에 대해 무언가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뉴욕 이야기. 내가 아는 뉴욕의 '음악' 이야기. 뉴욕에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여행 가이드 책자며, 인터넷을 통해서 어느 때보다 정보를 접하기 쉬운 시대이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서 음악회나 오페라 하나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와도, 구체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서 무슨 공연을 봐야할지 망설이다가, (그나마 운이 좋을 경우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 보는 정도로 뉴욕에서의 음악 즐기기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너무나 좋은 음악 공연들이 도시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뉴욕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참 아쉬운 생각이 든다. (물론, 클래식 음악 연주회가 나한테만큼 모든 이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아니란 것을 알지만서도...^^)

뉴욕의 음악 공연장들, 뉴욕의 음악명소들, 뉴욕의 음악학교들, 그리고 뉴욕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즐기고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적어보고 싶다. 아마도, 그것이 유학생활 말기에 있는 내가, 내 인생의 한 챕터, 뉴욕 라이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으며...  

 

카네기홀이 위치한 57th Street 지하철역에 설치된 <Carnegie Hall Montage> Josh Scharf, 1993년작. 
카네기홀 무대에 섰던 대표적인 인물들이 카네기홀 건물 그림과 악보, 악기의 이미지들과 함께 몽타주되어 있다.
다양한 뉴욕의 음악 광경(scene)들을 압축해 놓은 듯 하다. (사진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맞춰보시길...) 

 
뉴욕 음악 여행으로의 초대에, 어떤 사진이나 음악, 영상물을 덧붙이면 좋을지 생각해보니, 단연 떠오르는 것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다.
거슈윈이 뉴욕에서 태어났고, 활동했고, 뉴욕에 Gershwin Theater, Gershwin Hotel 등 거슈윈의 이름을 단 장소들이 여러 곳 있다는 연관성도 있겠지만, 아마도 내가 이 곡을 떠올리는 이유는 유나이티드 항공사(United Airlines)의 광고 때문인 듯 하다. 이 항공사의 광고에는 주로 이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애니매이션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데, (물론 음악도 너무나 '미국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그 애니매이션의 이미지들이 참 미국적이다. (그 '미국적'이란 게 뭐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별로 비판적인 의미는 없다.) 그저, 참 '미국이란 나라, 뉴욕이란 도시에 가보고 싶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이라고나 할까.  

     


<Two Worlds>


음악도 애니매이션의 이미지에 따라 적절하게 편곡을 하는데, 귀에 들리는 것과 보이는 이미지들이 참 너무나 잘 어울린다.

 


<Sea Orchestra>


이건 광고라기 보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유나이티드 항공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Heart>


이 광고에서는 거슈윈 원곡의 선율이 광고 마지막 부분에 잠시 등장하지만, 전반부를 차지하는 피아노+현악기 편곡이 참 아름답다.

 
<A Life>


아니나 다를까, 이 <A Life>편 광고는  모마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예술작품으로 인정했다는 댓글이 Youtube에 붙어있다.

 
비행기 타고 뉴욕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광고들이다. 그러나 굳이 이 항공사를 이용해 긴 시간을 비행해야 할 필요는 없을 듯.^^ 앞으로 뉴욕의 클래식 음악 가이드를 이 공간에서 펼쳐 보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