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미배의 Music Story

[and so on] <나가수>에서 주목해야 할 커플

다시금 시작된 <나는 가수다> 방송이 나간 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야기의 끝에는 꼭 '그래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등장한다. 청중평가단의 선호도 조사가 순위 결과로 발표되었지만, TV로 지켜본 시청자들이 저마다 마음 속에 꼽는 1위는 방송으로 공표된 순위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출연진 모두 1등이라고 할만큼 참 대단했지만, 굳이 나에게 조금 더 와닿았던 무대를 꼽으라면, 첫
주자로 나와 관중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공감을 끌어낸 이소라의 무대를 꼽고 싶다.

이전의 무대들을 볼때도, 마치 이소라씨가 오늘날의 예술가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무엇이 그런 느낌을 가져왔는지를 생각해보니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는 듯 하다. 그녀의 의상이며, 헤어스타일을 보면 마치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을 떠올리게 된다.
20세기 초반 유럽의 예술가 분위기다. 그리고 그 무대에는 패턴이 보인다--무대 위에 늘 피아니스트가 함께 한다. 마치 가곡연주할
때의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세팅을 연상시킨다. 물론 또 다른 세션들이 반주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무대의 중심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다. 반면, 어떤 무대에서건 피아노(피아니스트)는 항상 그녀의 뒤를 지키고 있다. 

             

      

          

    

이 앨범 표지 때문에 모딜리아니를 떠올리게 된걸까? 아님 이소라씨의 헤어스타일 때문일까?

 

피아노와 목소리의 결합과 무대의 세팅에서 늘 무언가 클래시컬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느낌이 가곡 무대 같기도 하고, 재즈 무대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소라 음악 가운데 좋아했던 곡들 대부분이 이런 편성(보컬+피아노)을 기본으로 한 음악들이다. 개인적으로 7집 앨범에서 보여준 강한 변화도 참 좋아했고 평소에 많이 들어왔지만, 결국 문득 그녀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찾아듣게 되는 노래는 이런 노래들이었다.

          처음 느낌 그대로/ 제발 /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 너무 다른 널 보면서 / 바람이 분다

이 노래들 모두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 시적인 감동을 피아노가 훌륭하게 받쳐준다. 사실 이소라의 노래에서 피아노가 그저 '반주'라고 하기엔 좀 아쉽고, 이 노래의 감동을 만들어 내는 데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만 하면, 예술가곡(Lied)을 정의할 때 언급되는 특징들이 대략 포함이 되는 것 같다. 


가곡에서 한 쪽의 주도가 아닌,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사이의 동등한 만남이 강조되듯이, 이소라의 무대에서도 가수와 피아니스트의 협력은 참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가곡 독창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이 꼭 성악가의 이름과 함께 쌍이 되어 언급되는 것과 달리, 이소라의 연주에서 피아니스트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눈치채신 시청자도 있으리라고는 보는데, 바로 이 피아니스트가 <나가수 자문위원단>으로 가끔 방송에 등장하는 이승환 씨다.

 

 

이름이 가수 '이승환'과 똑같아서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겠는데, 이 분이 바로 '바람이 분다'의 작곡가이다. 처음 '바람이 분다'를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작곡가가 이승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두 사람의 협업이 한창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라 작사, 이승환 작곡).
사도 듣는 순간 '예술이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피아노 파트를 들어보시라. 이 피아노 반주가 아니었다면 이 음악이 이런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피아노 전주에서 왼손 베이스의 무게감 위에 실리는 오른손 화성은 참 적절하고도 담담하게 가사가 가진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가사와 음악의 관계 분석할 때의 연구대상으로 써도 된다 싶게, 이 노래의 시적인 감흥과 음악의 관계가 참 절묘하다.)     
         
작곡가가 아닌, 이소라의 피아니스트로서 이승환의 존재감은 그 동안 <나가수>에서 있었던 모든 이소라의 무대에서 발휘가 되어 왔다. 첫 무대의 <바람이 분다>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4회에서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편곡해서 불러야 했던 미션에서는 두 사람의 음악적인 협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이소라는 중간점검에 앞서 편곡이 나와있지 않다며 불안해 했지만, 피아니스트의 반주 위에 재즈풍으로 노래를 부르며
중간점검 무대를 성공적으로 넘겼다. 중간점검 단계에서 사전에 어느 정도 편곡이 되어있던 것인지는 몰라도, 보기에 두 사람은 대략의 음악적인 스케치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피아노가 안정적으로 음악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니, 가수도 여유있게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나중에 무대 위에서 연주한 곡은 중간점검때와 편곡이 좀 달랐다. 음원으로 출시된 이 나중 버전은 '오버 더 레인보우'에 등장하는 친숙한 음형을 섞어 더욱 준비된 편곡으로 재즈풍의 느낌을 살려줬다.)
     

 

 
이정도면, 예술가곡에서 유명한 성악가-피아니스트의 쌍을 부르듯, 이 둘을 이소라-이승환 '듀오'라 부르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대 위의 주인공이 가수이다 보니 피아니스트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작게 비춰질 수 밖에 없는가 보다. 무대 위 피아니스트는 대부분 카메라의 포커스에서 벗어나 실루엣이나 뒷모습으로만 화면에 등장한다.     
 

 

 박정현-김태현의 열애설이 등장했다 사라졌지만, 사실, 그 커플보다 음악적으로 더욱 주목받을 만 한 커플이 바로 이분들이 아닐까 싶다. <나가수>에서의 무대도 그렇지만, 앞으로 <바람이 분다>에 버금가는 어떤 명곡이 이 듀오를 통해 또 탄생하게 될지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