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진짜 사나이 초록이 넘쳐나는 6월이면 한국전쟁의 상흔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계절에는 잊고 지내던 군가들이 생각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진짜 사나이’는 1962년 발표된 노래로, 육군본부 정훈국의 의뢰를 받은 작사가 유호가 노랫말을 쓰고 작곡가 이흥렬이 곡을 붙였다. 요즘엔 군대에서 잘 부르지 않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군 안팎에서 불러왔던 곡이다. 드라마 작가, 작사가, 신문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유호 선생(1921~2019)은 ‘신라의 달밤’ ‘이별의 부산정거장’ ‘맨발의 청춘’ ‘님은 먼 곳에’ 등의 가사도 썼다. 그가 군가.. 더보기
막걸리 한 잔 비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가 제격이라지만 모내기철 새참에 빠지지 않는 게 막걸리였다. 막걸리 때문에 세상 살맛 나는 사람들이 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스타가 된 가수 영탁과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인 류선우, 원곡을 불렀던 강진 등이다. “온 동네 소문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고사리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탁은 이 노래로 온 국민의 스타가 됐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는 40대 이상이 최고의 가요로 꼽았다. 영탁이 노래를 부를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이가 있었다. 바로 류선우였다. 그는 한때 앨범까지 낸 가수였으나 10년 전부.. 더보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화가 김환기는 이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에서 별로 상징되는 무수한 점들로 우주를 표현했다. 김환기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할 때 김광섭이 엽서에 써서 보낸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 부인 김향안(본명 변동림)이 시인 이상과 사별한 뒤 김환기와 재혼하여 평생을 바쳐 뒷바라지한 일화도 감동적이다. 이 시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형제 그룹 유심초가 노래로.. 더보기
4월과 5월 1960년대와 1970년대엔 에드포, 라나에로스포, 투에이스, 트윈폴리오, 어니언스 등 영어 그룹명을 선호했다. 서슬 퍼렇던 정권이 한글 사용을 종용하여 금과은, 양파들 등으로 바꿨지만 처음부터 한글 이름으로 데뷔한 듀오 그룹이 있었다. 4월과5월이 그들이다. 1971년 중앙대 작곡과에 다니던 백순진은 그룹사운드에서 활동하던 이수만의 형에게서 동생을 소개받았다. 음악다방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노래를 곧잘 했다. 첫 앨범을 녹음한 직후 이수만은 건강 문제로 빠지고 대신 김태풍이 합류했다. 이 때문에 재킷 사진에도 이수만은 없었다. 말하자면 SM의 수장 이수만은 목소리만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셈이다. “너와 맹세한 반지 보며/ 반지같이 동그란 너의 얼굴 그리며/ 오늘도 젖은 짚단 태우듯 또 하루를 보냈다” 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