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북한산에 취사, 야영이 금지되면서 이런 풍경은 그야말로 사라진 과거가 되었다. 간혹 등산을 하러 북한산을 오를 때, 찌는 더위에는 당장이라도 옛 생각이 나서 물속으로 다이빙하고 싶었다. 피서지에서 먹는 음식 문화도 세상이 변하듯 달라졌다. 불고기가 어느 해부터인가, 어머니의 요리 찬합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을 끊어 여행을 떠났다. 아이스박스와 요리도구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요리가 다양해졌다. 삼겹살은 필수, 바비큐는 선택이 됐다. 고기를 못 먹어 한 맺힌 과거가 많아서일까, 어떻게든 놀러 가서도 고기를 먹는다. 한여름은 고기 수요가 몰리는데, 오히려 공급은 준다. 소, 돼지라고 해서 여름을 타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은 자본의 축사에 어디 변변한 냉방이 되겠는가. 선풍기를 돌리고, 어떻게든 동물들이 여름을 나길 바랄 뿐인 것이다.
고기 값이 많이 올랐다. 삼겹살은 물론이고, 쇠고기도 산지 도축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한우 값이 뛰니 수입 쇠고기가 풀린다.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수입 삼겹살이 시장을 장악한다. 그나마 피서 떠나 고기라도 구울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겠다. 휴가비를 따로 주는 직장이 별로 없는 세상, 휴가날 받아서 집에서 수박이나 쪼개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찜통 같은 더위는 이렇게 이중의 고통을 주곤 한다. 이렇게 세월은 또 흐른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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