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구름을 찍다

이일훈 | 건축가






시내 어디를 지나는데 담장에 ‘촬영금지’ 표식이 붙어 있더라. 담 높이는 한 길도 넘어 안은 안 보이고 사진을 찍어봤자 시멘트 블록만 찍히겠더라. 조금 더 가니 낮은 정문 너머 안이 훤히 보이는데 군용차와 승용차가 몇 대 서 있더라. 아하, 군부대라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이었구나. 그런데 부대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와 고층건물은 부대 연병장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더라.


김포공항에도 같은 표식이 붙어 있더라. 비행기 타고 여행 가는 이들이 활주로나 항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것도 안된다는 말인데 민간항공기가 무슨 군사기밀인지 잘 모르겠더라. 만약 불순한 목적으로 공항을 촬영한다면 누가 대놓고 찍겠는가. 기밀로 할 것이라면 보이지 않게 가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 눈으로 보는 것은 괜찮고 찍는 것은 안된다니 참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더라. 인공위성에서 지표면을 이 잡듯 찍는 시대에 ‘촬영금지’는 너무 뒤진 풍경이다. 세상이 첨단이면 뭐하나 의식이 뒤졌는데. 이런 구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해서 하늘을 보니 구름만 무심히 흘러가더라. 그래, 구름이나 찍어야지….